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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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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4 면

분노와 허탈, 우울과 자괴감이 몇 달째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나라의 모든 권위가 조롱의 대상으로 추락한 지금,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어디를 붙잡고 다시 일어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국정 농단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계는 더욱 만신창이입니다. 이런 난리통에 문화예술이 무슨 소용이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하는 사람은 일을 합니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신세계면세점과 기획한 ‘명인명장관: 한수’를 7일 명동 메시빌딩 로비층에 1016㎡(308평) 규모로 개관했습니다.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준비해온 프로젝트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15명, 공예가 75명, 현대공예가 53명이 직접 또 협업해 만든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수’는 한국 장인들의 손(韓手), 한국의 빼어난 작품(韓秀)이란 뜻을 함께 담은 표현입니다. 장인의 ‘한 수’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한다는 의미도 있죠. 전통공예를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 전통과 현대와 미래가 공존하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장인들이 첫 작품을 내놓던 순간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모든 삿된 것을 멀리하고 자신의 정성을 오롯이 담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마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이 풍파가 가라앉은 다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처음의 조심스러움을 되찾는 일일 듯 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하며 말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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