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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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약한 자는 여자다. 여자는 장수한다』
이 말을 듣고 누가 시비를 걸었다. 『장수하는 자는 연약하다는 말인가.』
『세상에 고급 물건은 흔치 않다. 10원짜리 빵도 흔치 않다.』
그럼 10원짜리 빵은 고급이라는 말인가.
논리학에선 이런 경우를 두고 오류(오류)라고 말한다. 생각의 혼란, 감정의 치우침, 찬찬하지 못한 사람이 이런오류에 빠지기 쉽다.
오류론중엔 궤변(궤변) 이라는 것도 있다.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난처한 입장에 몰아 넣기위해 고의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다.
-옆집의 차돌이는 싸움을 잘한다. 우리집 돌쇠는 밖에서 코피가터져 들어왔다. 돌쇠를 때린 것은 차돌이다.
여기서 차돌이가 누명을 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차돌이는 억울하다.
논리학에서의 오류론은 한 장을 이룰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갖고있다. 그 가운데서도 「자료적 오류」라는 항목이 있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제로부터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낼때 생기는 오류다. 자료적 오류의 항목은 10여가지도 넘지만 몇가지 인상적인 경우를 본다.
위력(baculum)에의 논증. 지식이나 이론으로 상대방을 설복시키지 못할 경우 힘으로 밀어붙이는 논리다.
사람(hominem)에의 논증.『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감히어디에다 대고…』억지같은 소리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다.
우연의 오류. 『거짓말은 죄악이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 거짓말을할 때가 있다. 의사는 죄인이다』이런 식의 궤변.
복합질문의 오류. 어떤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당신 거기에 몇시에 갔지?』 라고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한가지를 물어본것 같지만, 실은 두가지 질문이 복합되어 있다.『거기에 갔느냐』와 갔다면 『몇시에 갔느냐』를 합친 말이다.
세상에 흔한 것이 말이지만, 말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말꼬리를 잡으려들면 온전한 말이 있을것 같지않다.
고대그리스의 철학군 「에픽테토스」는 차라리 이런 말을 했다.
『자연은 우리(인간)에게 혀는 하나지만 귀는 둘을 주었다』
요즘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구설수를 맞고 있다. 논리학의 오류론을 끌어다 댈 것도 없이 말하는 사람은 혀가 하나라는 것을,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귀가 둘이라는 것을 명심하면 「말 꼬리 잡기」나 「말 꼬리잡히기」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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