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예술은 고통을 들춰 아프게 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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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
박종호 지음, 민음사
288쪽, 1만6000원

저자는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 세 권을 지난해 완성했다. 오페라 150여편의 줄거리, 각 막(幕)과 장(章)에 나오는 장면과 노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었다. 세 권이 총 3288페이지인 장대한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오페라 작품에 대해 해부하듯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다.

이런 예전의 작업에 대해 그는 “예술을 종(縱)으로 읽어왔다”고 고백했다. 예술을 횡(橫)으로 읽어 여러 작품들을 관통하는 개념을 잡아낸 이번 책에서다. 이 책은 수많은 예술작품을 가로질러 소개하며 “예술은 힐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프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낸다.

보통은 예술이 아름다움과 환희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부분의 예술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장애인, 고국에서 추방된 사람들, 유대인, 자살하는 사람들, 버려진 아이들, 성 소수자가 관련된 예술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 소외된 자가 창작한 문학,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들어있는 오페라 등을 두루 다룬다. 사회가 외면해왔던 장면, 고통 받고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도록 해 ‘아프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이게 예술의 힘이고 목적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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