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몰카 사전 기획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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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을 조사 중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팀은 몰래카메라 촬영과 언론사 제보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사전에 기획해 촬영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3일 "현장 조사팀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梁실장이 충북 청주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나이트클럽과 호텔 룸 등이 예약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梁실장의 청주 방문에 맞춰 누군가가 동선(動線)을 정해 놓고 몰래카메라 촬영 등을 기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들이 누군지를 추적 중이며 곧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은 이날 "梁실장 향응 파문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가 이르면 4일 중 종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청주지검은 지난 2일 전담반을 구성하고 관계인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일 梁실장을 진정인 자격으로 조사한 데 이어 3일에는 지난 6월 28일 함께 술을 마신 청주 시내 K나이트클럽 주주 李모씨와 韓모씨, 민주당 오원배.김정길 충북도지부 부지부장 등을 소환해 합석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SBS 방송에 보도된 몰래카메라 화면을 입수, 카메라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바지 차림의 젊은 여성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梁실장이 탈세와 윤락 알선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李씨에게서 수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았는지 조사했으나 梁실장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진솔히 고백.사죄하고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박승희.김성탁 기자, 청주=안남영.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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