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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양」??언론서 해보라"…검찰, 잇단 보도에 못마땅|교수성명 쏟아지자 "장관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문교부 한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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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젠 그만 써달라 애원>
검찰은 범양사건에 대한 보도가 수그러들(?)기미가 없자 매우 못마땅해 하는 기색.
한 검찰관계자는 『도대체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방침이 뭐냐』며 『이제 좀 그만 써달라』고 반 애원조로 주문.
검찰은 특히 「비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자 당초 『집중 수사중』이라며 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던 것과는 달리 『한 사장이 어디 만만한 사람이냐』며 『답답하면 언론이 한번 수사해 보라』는 등 노골적으로 뾰족한 성과가 없을 것임을 시사.
범양사건 관련자의 형사처벌 범위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강하게 나타나자 검찰은 「한 사장만 구속」이라는 방침을 너무 일찍 발표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
이는 수사를 다 해보지도 않고 시작하자마자 결론부터 내림으로써 검찰이 「예단」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한 수사실무자는 『누가 범양의 핵심임직원이 공범이 아니라고 했느냐』며 투덜거리면서도 『그러나 구속이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동네북이 돼버린 검찰입장을 하소연.

<불난집에 부채질만>
범양사건으로 2주째 곤욕을 치르고있는 해운항만청은 직속상급기관인 교통부의 태도에 몹시 섭섭해하는 분위기.
교통부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해운항만청을 동정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데다 정부내 관련부처 종합대책으로 시행된 해운합리화정책을 두고도 『교통부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서…』라는 아리송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더구나 이번 일을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해운항만청의 국장자리 몇은 교통부로 갖고 와야 한다는 반응까지 보이자 해운항만청 직원들은 『상급기관이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곤경에 처한 상대방의 자리나 뺏으려해서야』라며 못마땅한 표정.

<뇌물은 무슨 뇌울이냐>
한상연 사장의 비자금사용처를 집중수사중인 검찰은 한 사장에게 고위공무원을 지칭하며 『평소 가깝게 지냈다는데 뇌물을 얼마나 주었느냐』고 다그치자 한 사장은 『뇌물은 무슨 뇌물이냐』고 펄쩍뛰고는 『그분은 학교 1년 선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어렵게 대했다』고 정색을 하더라고.
한 검찰 간부는 한사장의 비자금중 일부가 뇌물로 쓰이지 않았겠느냐는 보도진의 물음에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다』고 판결문을 흉내낸 아리송한 답변.

<제2의 범양될까 우려>
해운항만청은 범양에 이어 대한선주가 인수과정에 물의를 일으키자 『이게 또 제2의 범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
이는 부실기업 정리차원에서 관리은행이 처리할 일이지만 한진그룹의 인수조건이 6천억원의 부채 절반을 은행이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이자로 15년거치 15년 상환토록한 파격적 특혜를 준 인상이기 때문.
항만청관계자는 『대한선주가「그런 조건이라면 누구나 회사를 살릴 수 있고, 당연히 연고권자에게 주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 실사를 거부하고 나서면 또 한번 말썽을 일으키게 됐다』며 범양과 같은 불똥이 또 튀지 않을까 걱정.

<김여인 「호화」는 와전>
범양 한상연 사장 내연의 처인 김희평씨(39)는 일부 보도된 것처럼 사치스런 여자는 아니라고 주변 친지들이 전언.
김여인과 학교동창으로 10년지기인 이모씨(39)에 따르면 김씨집에 골동품, 값비싼 서양화, 이탈리아제 가구, 호화샹들리에 등이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김씨가 스포츠카 등 고급외제차 5대를 갖고 있다는 것도 와전된 것으로 레코드로열1대 뿐 이라는 것.
또 김씨는 살림을 알뜰하게 꾸리고 두자녀의 공부를 매일 2∼3시간씩 봐주는 등 가정적이어서 이웃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 『김씨가 그렇게 잘사는 집』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단식기도 등 늘자 긴장>
4·13담화 후 정국전환에 따른 재야·학원·종교계의 움직임에 시경을 곤두세웠던 경찰은 4월하순 들어 교수들의 개헌유보철회요구성명·신부들의 단식기도·학원시위 등이 연쇄 확산되는 기미이자 좌불안석의 표정.
특히 천주교신부들의 단식기도가 광주에서 전주·서울·안동·인천·원주 등지로 번져가자 『신부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그 파급영향에 적잖은 우려.

<1주일째 제자리걸음>
통일민주당 창당방해 지구당 「각목폭력」사건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1주일이 지났으나 주동자를 1명도 못 잡는 제자리걸음이어서 『과연 못 잡는 것이냐, 안 잡는(?) 것이냐』는 의혹이 무성.
당초 수사본부설치·수사전담반 편성 등 강력수사를 지시하고 지난달 26,28일 두차례나 관련자 검거를 위한 전국일제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던 치안본부는 1주일이 넘도록 「용팔이」 등 주동자검거를 못하는데도 별로 다급해하지 않는 인상.
간부들은 『게속 수사를 하고 있으니 잡히지 않겠느냐』고 태평스런 표정들인데 인천지구당의 방화나 행인구타 등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 같다』고 한자락을 미리 접어 수사결과를 짐작(?)하게 하기도.

<잇단 학원성명에 불안>
고대에서 민주화 촉구성명서가 발표된데 이어 광주가톨릭대와 서강대·성대 등에서 잇달아 성명서가 나오자 서울대본부측은 불똥이 서울대로 옮겨붙지 않을까 전전긍긍.
한 보직교수는 『지금상황이 지난해 봄 시국선언문들이 쏟아져 나올 때와 흡사하다』면서 『서명교수 숫자라도 적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
학교측은 선언문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문제교수」로 파악된 교수들에게 직접·간접으로 설득작전을 퍼면서도 『학교측에 물리적 강제력이 없는 바에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
지난달 22일 고대에서 시작된 교수시국성명이 광주가톨릭대·서강대·성균관대 등으로 확산되자 문교부는 좌불안석.
문교부 관계자는 『고대교수시국성명 직후 유감표시와 철회촉구성명을 낸 장관입장만 난처하게 됐다』며 『이에 아랑곳없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니 문교부가 설자리가 없게 됐다』고 한숨.

<후임총장 인선에 고심>
문교부는 학내사태와 관련,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경북대 서원섭 총장의 사표처리와 후임자 선정에 부심.
이는 서 총장이 임기를 4개월여 앞둔 터여서 그동안 자천타천의 후보가 10여명 넘게 거론되어 온데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학내사태 악화와도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
문교부 관계자는 『물망에 오른 인사가 모두 튼튼한 「줄」을 잡고 있어 후임자 인선작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만 되풀이.

<그림 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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