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2년만에 『뉴스데스크』뗘나는 이득렬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MBC-TV 밤9시 뉴스데스크 앵커맨 이득렬씨(48·보도국국장급)가 30일밤 뉴스진행을 끝으로12년동안 정들었던 뉴스데스크를 떠난다.
74년10월부터 긴 세월동안 친근감있는 인상과 부드럽고 침착한 화술로 폭넓은 시청자를 모아 왔던 그는 오는 6월 미국워싱턴 MBC지사장에 부임한다. 그는 MBC보도의 얼굴이자 국내TV뉴스에 앵커맨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도록 만든 최장수 앵커맨이었다.
『뉴스데스크는 12년 삶의 전부였습니다. 35세 이후 줄곧 뉴스인생이었으니까요. 이제야 비로소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니 한편으로 가슴이 설렙니다.』 그러나 30일밤 마지막 뉴스를 진행키 위해 스튜디오를 들어서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감정이 격해질 것 같다는 그의 눈빛에 얼핏 회억의 그림자가 스친다.
12년 동안 숱한 대형사건들을 전했지만 어떤 끔찍한 뉴스라도 일단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는 것이 그만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다.
『그러나 79년10월26일 박정희대통령이 피살됐다는 뉴스를 보도할땐 참기 힘든 긴장감을 맛보았습니다. 사건이 워낙 엄청났기 때문에 어쩌면 제가 진행한 뉴스 중 가장 태연하고 침착한 보도였을겁니다. 무표정을 가장한 채 KAL기 추락사건을 보도한 날 밤 귀가길에 남몰래 흘렸던 눈물도 잊을수 없습니다.』
베테랑인 그가 최근까지도 뉴스진행 10여 분까지는 얼굴근육에 가벼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긴강할 수밖에 없는 직업. 흐뭇한 뉴스를 전한 뒤 시청자들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을 때 느끼던 기쁨만큼 질책의 전화를 받은 날 밤 귀가길에 엄습해 오던 고독감도 숱하게 맛보았다고 털어놓는다.
39년 서울서 출생,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방송기자가 된 것은 중대 신문학과와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한 66년 MBC보도국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사회부경찰출입기자부터 시작, 사회부장·정치부장·특집부장 등을 거쳤으며 앵커맨이 된 후 81년 방송대상 보도부문, 85년 서울시문화상 언론부문, 87년 문학훈장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부인 김윤자씨(42)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다.
『쉽고 간결하고 정확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매일밤 일선기자들이 넘긴 원고를 모두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옮겨 써왔다는 그는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그 어떤 장황한 미사여구보다 객관적이고 짤막한 진실이 더 효과적이라는 오랜 신념을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덧붙인다.
TV화면과는 달리 키(1백75㎝)가 큰 그는 탁윌한 유머감각과 문재도 겸하고 있어 그 동안 『좋은 질문입니다』『보도국 25시』『머물지 않는 말』등 3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유창한 영어실력 또한 주위에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그의 꿈은「아더·헤일리」와 같은 기자출신작가가 되는 것이다. <기형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