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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도 계산대도 없네…아마존, AI 편의점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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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쇼핑은 즐겁지만 계산대 앞에 줄을 선 뒤 일일이 물건을 꺼내 계산을 하는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시애틀서 ‘아마존 고’ 시범 운영
스마트폰으로 계정 만들고 쇼핑
사고 싶은 물건 들고나가면 끝
업계선 쇼핑 혁명 신호탄 평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사람은 없고 물건만 있는 ‘인공지능(AI) 편의점’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서점’을 개설한 데 이어 소매점 시장으로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아마존 직원들이 5일 시애틀에 문을 연 편의점 ‘아마존고’ 입구에 서있다. 간단한 식사와 식료품 판매점인 아마존고는 필요한 물건을 집어 바로 나오면 자동 결제돼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로이터=뉴스1]

아마존 직원들이 5일 시애틀에 문을 연 편의점 ‘아마존고’ 입구에 서있다. 간단한 식사와 식료품 판매점인 아마존고는 필요한 물건을 집어 바로 나오면 자동 결제돼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로이터=뉴스1]

아마존은 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 167㎡(약 50.5평) 규모의 상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고는 주로 식료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으로 우선 아마존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초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마존 고는 유통업계의 자율주행차에 비유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주행환경을 실시간 분석해 운전자 없이 목적지까지 가듯, 아마존 고는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적용해 점원 없이 쇼핑을 마칠 수 있는 상점이다. 아마존은 “이름처럼 물건을 들고 그대로 가면(Go) 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고에는 결제단말기와 점원, 계산대가 없다.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아마존 고 어플리케이션(앱·App)을 받은 뒤 자신의 계정을 만들면 된다. 상점으로 들어설 때 마치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듯 키오스크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본인 인증이 된다. 원하는 물건을 고른 뒤 들고 나오면 된다. 만약 고객이 선반 위 물건을 집었다가 다시 놓아두고 간 뒤 마음이 바뀌어 다시 돌아와 물건을 가져가도 각종 센서를 통해 상품을 ‘최종적으로’ 샀는지, 사지 않았는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존 측 설명이다.

국내외 유통업계에서는 아마존 고를 ‘쇼핑혁명’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객이 바코드 스캐너를 들고 매장을 둘러보며 구매하려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거나, 무인 계산대에서 상품을 직접 결제해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스마트 쇼퍼’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용자가 결제나 배송을 위해 별도의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아마존 고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이란 평가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아마존 고는 직접 쇼핑하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온라인의 플랫폼 편의성에 차용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향후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폭발적인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 고 전망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매체 더버지 역시 “아마존 고는 기존의 매장과는 다른 미래지향적 스마트 매장의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약 2000개의 아마존 고를 개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 축소 우려도 나온다. CNBC는 “아마존 고로 인해 수백만 슈퍼마켓 점원들이 ‘둠스데이(doomsday, 최후의 날)’를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IT투자사인 엘리베이션 파트너스의 로저 맥내미 창업자는 “기존 슈퍼마켓의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가 (아마존 고 같은 장비로) 대체되는 정도일 것”이라며 ‘점원의 종말’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아마존을 비롯해 글로벌 온라인 유통공룡들은 오프라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지난달 중국 슈퍼마켓 체인인 산장쇼핑 지분을 인수해 물류·구매·영업망을 공유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정용제 연구원은 “아마존의 경쟁력은 맞춤형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까지 가능한 ‘일괄형(fulfillment)’ 물류서비스에 있다”며 “이 물류서비스를 기반으로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 침투를 가속화해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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