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교수, 사회학연구모임서 발표|"우리 사회도 「프로좌익」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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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즈음 「프로좌익」의 출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송복교수(연세대·정치사회학)는 최근 한 사회학 연구모임에서 『적어도 앞으로 20여년간 프로좌익」의 출현으로 지금까지 보수세력 일변도의 여야갈등 양태가 좌우익 갈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함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했으나 세력화 할 수 없었던 혁신적 이데올로기 소지자들을 「아마추어혁신」 「아마추어좌익」이라 한다면 앞으로 출현하는 혁신그룹들은 「프로좌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교수는 『우리도 GNP(1인당 국민소득) 2천달러선을 넘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프로좌익」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며 이런 양상은 GNP 5천달러 수준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프로좌익」의 사상이나 행동범위는 아마도 오늘날 혁신정당이 내세우는 강령이나 행동보다 훨씬 급진적인 반면 실제 공산주의자들이 보이는 사상이나 행동강령보다는 상당한 정도 온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들 「프로적인 좌익」의 출현은 특히 지난 한세대 동안 보수세력 외에 어떤 다른 세력도 경험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에 굉장한 층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송교수는 「프로좌익」이 출현하는 이유로 3가지 사실을 들었다.
첫째, 6·25를 경험하지 못한 비6·25 인구가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비6·25 인구는 70%를 육박하고 있으며 서기 2000년엔 전인구의 95%를 차지하게 된다. 또 앞으로 10년이 못가서 우리 사회의 주요요직은 거의 대부분 이들이 차지한다.
이들은 아무리 반공교육으로 사회화됐다 하더라도 6·25를 실제 경험한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이데올로기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빈곤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요인의 하나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사회에선 예외없이 지나치게 밝은 면을 밝게 해주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면은 어둡게 하는 점이 있다.
빈부의 격차는 그 한 예며 사회 전체는 부가 증대되고 있음에도 상대적 박탈감·상대적 빈곤감이 팽배한다.
GNP 2천달러 선은 이런 불만계층의 피크사대다. 전인구의 절반을 상회하는 20대 및 30대 초반의 세대는 그들이 경험한 것이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이기 때문에 그들의 상대적 박탈의식은 앞세대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높고 따라서 그들의 사상·행동은 절대빈곤을 경험한 세대와는 질과 수준이 다르게 과격하다.
셋째, 사회적 잉여의 증대를 들 수 있다. 산업화의 진행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절대적 욕구를 충족하고 남은 잉여생산물이 사회 도처에 쌓여 있어서 이젠 누가 어떤 운동을 펴도 이전에 보듯 사회적 지지를 완전 상실한 채 굶어죽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게 돼 있다.
송교수는 『중요한 점은 지난 한세대 이상 보수세력내의 갈등 상태에만 훈련돼 온 갈등처리 당사자들이 이같은 「프로」들의 생성과 출현, 확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임으로써 더 큰 국가적 대사로 확산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우려하고 『제도적 수용장치를 포함한 신중하고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월간 「민족지성」 6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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