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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언론, 정의·진리 대변자” 이례적 칭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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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은 남한 내 주요 정변이나 메가톤급 사회·정치적 이슈를 대남 공세에 적극 활용해왔다. 정치적 혼란을 부채질 해 이른바 ‘남조선 혁명의 만조기(滿朝期)’를 노리는 한편 북한 체제 내부의 결속을 꾀할 수 있는 좋은 소재란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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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측근에 의해 시해당한 1979년 10·26 사태나 1980년 5·18 민주화 운동과 역대 대통령의 대형 비리 사건은 북한이 대남기구와 관영 선전매체를 총동원해 공을 들인 경우다.

달라진 북한 매체 보도

10·26의 경우 사건 발생 이틀 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상단에 ‘역도가 총탄에 맞아 죽었다’는 제목으로 전했다. 5·18의 경우 외신보도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신속히 전하면서 반(反)정부 선동 뿐 아니라 반미의식 고취에 활용했다.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의 태도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괴뢰 통치배’나 ‘현 집권상층’으로 부르던데서 ‘대통령’이란 호칭으로 바뀌었다. 대남 비난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남조선에서의 보도에 의하면’ 등의 인용보도 형식을 빌려 비방 수위를 조정하려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노동신문 등을 통해 남한 언론을 추켜세우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려는 정당하고 의로운 행동”이란 주장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언론이 정권의 문제점을 포착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긍정 평가를 내리고, 기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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