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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도 깊어"… 관망세지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월은 「잔인한 달」
○…증시의 「4월」은 확실히 「잔인한 달」이었다.
4·2증시안정대책 발표 이후 한동안 당국과 투자자들간의 대치상황을 방불케 하듯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던 주가가 급기야 거의 연일 하락하는 급락장으로 돌변했다.
자난달 말 종합주가지수 4백5.14를 정점으로 지난20일 3백55.98까지 떨어짐으로써 17일(거래일 기준)만에 49.16포인트, 13.8%의 하락을 기록했다.
연초 넉달새 53%가 폭등한데 비하면 이같은 급락세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격언을 그대로 반증한 셈이다.
거래량도 한때 1억주 이상 폭주하던 물량이 최근에는 하루 3천만주 내외로 격감돼있는 상태.
22일 현재는 종합주가지수가 3백64.16으로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오르기를 기다려(?) 쏟아놓는 기관매물과 거액거래구좌에 대한 자료제출, 당국의 추가규제가능성 등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장의 조정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특히 23, 24일 인천제철과 삼화전자를 시작으로 쌍룡정유·삼성항공·대우통신·국제전선 등 5월초까지 잇달아 있게될 공모주청약과 기업의 법인세납부, 부가가치세신고 등으로 향후 증시주변 자금사정이 빡빡해지리라는 게 장세회복을 더디게 할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주가하락이 더 계속될 경우 최근의 급락을 아직까지는 장의 붕괴가 아닌 단기급등에 따른 반작용, 일시적인 몸사림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부분 투자자들의 인내가 어느 선까지 버텨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범양」후유증 우려도
○…범양상선 박회장의 자살은 증시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그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된 일련의 사대에 대한 의혹이 끈질기게 나돌면서 최근 세무사찰설에 시달리고 있는 H그룹 등과 연관, 이런저런 정치권과 관련된 추측이 꼬리를 물기도.
또 그의 죽음이 기업오우너와 전문경영인간의 갈등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놓은 점에 주목, 조만간 재계에 인사바람이 불 것이라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에 직접적 영향은 없는 상태.
「대림」종목 연일 올라
○…이달 초 발표된 5차 부실기업정리 및 산업합리화조치와 연초 금성사와 금성마그네틱의 합병이래 계속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기업합병설로 회사정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와 관심이 적지 않다.
특히 합병문제는 최근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 호남에틸렌과의 합법이 검토되고 있는 대림산업종목이 연일 크게 오르고 있는 형편인데 요즘 증시의 주요이슈가 되고있는 금융산업개편설과 건설업정리 및 부양설도 크게는 합병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셈.
인수·합병시 소액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수·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 주식을 재거래하거나 합병설립된 회사의 주식으로 다시 배정받아 거래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수자에게 매수청구권을 행사, 주식을 되파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매도자가격은 전 6개월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하여 양측이 합의결정토록 돼있어서 가격책정을 놓고 항상 마찰이 일고있는 형편이고 합병주식으로 배정받을 때도 배정비율이 항상 문제의 소지를 담고있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로서는 손해를 배제할 수 없다.
이점에서 최근 투자자들의 입장은 전혀 무시한 채 검토·실시되고 있는 합병문제에 대해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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