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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풍향 점치게될 임시국회|신당출현…새로운 여야관계 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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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분열후, 4·13 개헌유보조치후 처음으로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말로만 국회소집을 외치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민정당이 국회소집을 결정한것은 당장 5월12일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끝나기때문에 12대국회의 후반기 원구성을 하지 않을수없게 돼있고, 대국민공약사항인 지자제관계법안을 심의할 필요성등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이런 실질적 과제도 과제지만 신민당분열이후 공식관계를 갖지 못하고있는 민정당과 통일민주당의 공식 초대면이 되고 앞으로의 정국풍향을 점칠수 있는 한 계기가 될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것이다.
어차피 통일민주당이 제1야당인 이상 민정당도 국회에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을수없기 때문에 이번 국회는 새로운 여야관계의 출발이 되는 셈이며, 이 새로운 여야가 원구성·지자제법안심의·대정부질문등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양상을 보일지가 큰 관심사다.
민정당은 신당이 제1야당이라는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성기조로 상대한다는 방침인것 같다. 제1야당에 할애하는 부의장 1석을 이번에도 인정하고 대정부질문자 배경등에 있어서도 관례대로 해나간다는 생각인듯하다. 그러나 통일민주당이 원내강경투쟁을 벌일 경우 「법대로」한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고, 이번에 새삼 국회법을 개정해 의사질서를 강화하려는 발상을 보이고있다.
야당의 의사방해등을 강력히 규율하는 여당의 국회법개정이 강행될 경우 「당분간온건」을 내세우는 신당으로서도 강력대응을 하지않을수 없고 새로운 여야관계는 출발선에서부터 파탄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만일 격돌요인을 서로 피해가면서 이번 국회를 비교적 원만히 넘긴다면 현재의 한랭정국의 분위기도 다소 제한적이나마 완화될 가능성을 점쳐볼수 있다. 말하자면 여야간에 접촉의 길이 트이고 사소한 마찰을 예방할수 있게 되면 분위기에 따라서는 차차 대화단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상황을 「한파내습」으로 보고있는 신당으로서는 이런 코스를 추구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 민정당이 어느정도 부응하느냐가 문제인데 여권의 두김씨배제론, 신당창당과정의 험난함, 의원들에 대한 사법조치등을 생각하면 신당의 온건노선에 대한 민정당의 화답여지는 매우 좁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정당은 이번 국회회기중 국회직개편을 계기로 당정개편을 단행할 예정인데, 국회직의 경우 이재형의장·최영철부의장의 유임은 확실한 것으로 보고있다.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는 대폭 개편방침이 서있는듯 하고, 당목에서는 시·도지부장의 대폭개편이 예상되고있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음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는 노태우대표의 입장 강화조치가 가시화될는지 여부이나 이점에 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힌트가 없다.
이번 국회에서 민정당이 고심하는 대목은 지자제법안의 처리문제다. 민정당은 「상반기중 지자제법확정」이라는 노대표의 약속에 따라 가급적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생각이나 당정간 실시방침에 결론이 나지않았고 야당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수없어 엉거주춤한 상태인것 같다.
『좋은 일을 하자면서 단독으로 할 필요야 뭐있느냐』는 당직자들의 한결같은 말을 새겨보면 심의정도 선에서 이번 회기를 마감할 자세라는게 확실시된다.
시·군·구의 전면동시실시뿐 아니라 시·도의회구성, 자치단체장의 직선까지 주장하는 야당이 시·군·구마저 시차를 두어 단계적으로 실시하려는 여당방침에 순응할리가 없기 때문에 여당측은 이를 핑계로 자연스레 실시시기를 뒤로 미룬다는 명분을 찾는다는 계산이 아닌가싶다.
법안이 통과돼도 최소한 1백50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측 주장이고보면 지자제는 사실상 연내전면실시가 불가능해지고 이에따라 단계적 실시라는 여권목표는 「자연스레」 달성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민정당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못할 경우 상반기안에 다시 임시국회를 연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자제의 경우 아직 모호한 상황인 것같다.
○…통일민주당사람들은 국회개회 자체가 무엇보다 반갑다는 표정들이다.
찬바람이 드세게 불고 있는 상황에선 국회만큼 훌륭한 보호처도 드물기 때문이다.
통일민주당측은 상대방이 제2, 제3의 강공카드를 숨겨놓고 자신들이 강한 대시를 해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상황판단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섣부른 투쟁으로 상대편이 놓은 덫에 걸려주는 우는 범해선안되고 그럴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땐 납작 엎드려 일단 바람을 피해놓고봐야한다』 요즘 야당의원들은 이 말을 무슨 좌우명이나 되는듯 외며 다니고 있다.
여기서 통일민주당쪽이 이번 국회에서 대여공세보다 대화와 협상쪽에 비중을 두려하고 있음을 읽을수 있다.
유화적인 모습을 취함으로써 상대방의 강경태도를 완화시키고 향후 정국운영구도를 탐색하는 한편 내부 전열정비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여권의 잇단 강공과 『20명설』 『30명설』등 의원 개개인의 신상에 대한 뒤숭숭한 루머까지 나돌아 의원들의 사기가 완전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전면전에 돌입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변수는 민정당이 국회법 개정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점이다.
민정당의 안은 야당의원에 대한 국회내 활동제약을 노린 것이라는 인식이며 더 나아가 야당의원들에 대한 사법적 제재의 길을 터놓는 것으로 정계개편문제까지도 연결시켜 심각히 받아들이고있다.
이때문에 국회법개정문제가 정면 거론될때는 통일민주당으로서도 「피할수 없는 싸움」이 될 공산이 매우 높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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