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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도킨스 “나를 키운 건 옥스퍼드” 스타 과학자의 지적 성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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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권, 2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1권 396쪽 1만9500원
2권 616쪽, 2만4500원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75)를 빼고 과학·생물학·유전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유전자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이기적 유전자』(1976)와 과학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만들어진 신』(2005)을 비롯한 그의 저서는 전 세계에 과학붐을 일으켰다. 이 책은 과학자 도킨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다룬다.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자가 됐고, 세상을 뒤흔든 저서들을 쓰게 됐는지를 소개한다. 유전학자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과 과학 탐구 과정을 위트 있게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

도킨스는 1941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다. 니아살랜드(말라위)의 농업 공무원이던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8살 때 귀국한 그는 사립 기숙학교를 거쳐 옥스퍼드 베일리올 칼리지에서 동물학을 공부했다. 아버지와 두 삼촌이 나온 학교다.

도킨스는 “인생에서 나를 만든 것이 있다면 옥스퍼드다”라고 말한다. 영국 대학교육은 지도교수의 튜터리얼(지도교수의 개인교습)이 특징인데 그는 옥스퍼드에서 최고의 튜터(지도교수)를 만났다고 회상한다. 동물행동학자 니코 틴베르헌은 동물학자 아서 케인은 역사책과 철학책을 읽게 했는데 이 책들과 동물학과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은 순전히 도킨스 자신의 몫이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발견하도록 격려받았던 방식이라고 도킨스가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방식은 그를 지적으로 일깨워 한 명의 창의적 과학자로 만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통한 정보 전달에 치중하는 현행 교육제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1권은 어린 시절과 옥스퍼드에서의 지적 성장, 『이기적 유전자』 저술까지를 다룬다. 2권은 지적 도전과 동료 학자들, 그리고 『만들어진 신』 출간에 얽힌 사연을 담았다. 과학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뜻을 세상에 펼치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아니라 교육이 만들었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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