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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106] 쇠발개발-오리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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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한 쇼핑몰 업체 대표의 로비와 사기 행각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쇼핑몰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금융계 인사 등에게 마구 로비를 하고 다니는 '마당발'이었다고 한다.

이런 돈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일이 없다고 일단 '오리발'을 내밀다가 들통 나면 대가성이 없는 것이었다고 발뺌한다. 뇌물을 준 사람은 차후를 대비해 어디엔가 이들의 명단과 액수를 '괴발개발' 적어 놓게 마련이다.

'마당발'은 볼이 넓고 바닥이 평평하게 생긴 발로, 인간관계가 넓어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앞에 나온 사람에겐 마당발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때는 '쇠발개발'이 적당하다. 소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더러운 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리발'은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에서처럼 시치미 떼고 딴전 부리는 태도를 속되게 일컫는 것이다.

'괴발개발'에서 '괴발'은 고양이의 발, '개발'은 개의 발로 글씨를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가리킨다. '개발새발' 등으로 잘못 쓰기 일쑤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동물의 발 모양에서 온 단어가 많다.

반지 등의 장신구에 보석을 고정시키는 '거미발', 거문고 등의 줄을 고르는 '기러기발', 발 뒤꿈치를 든 모양새인 '까치발', 재봉틀에서 바느질감을 눌러 주거나 쟁기 볏 뒷면에 붙어 있는 '노루발' 등이 있다.

더러운 '쇠발개발'과 그의 돈을 받고 시치미 떼는 '오리발'을 제외하면 모두가 유용한 것들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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