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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모델출신 세 남자 TV 드라마 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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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서 손꼽히는 남자 모델들이 브라운관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출중한 외모를 갖춘 데다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감정을 잡는 데 익숙하다 보니 연기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난 덕분이다.

사실 몇년 전만 해도 1백80㎝가 훌쩍 넘는 모델들의 신체조건은 드라마 출연에 결격 사유가 됐다. 상대역과 키가 맞지 않아, 카메라로 함께 서 있는 풀샷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씬한 여자 연기자들이 늘어난 지금은 패션쇼와 마찬가지로 브라운관에서도 이들의 외모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일까. KBS 주말극 '보디가드'에서 활약 중인 '원로급' 차승원에 이어 최근 김남진(27).김민준(27).강동원(22) 등 모델 출신 신인 세명이 잇따라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마치 '패션 모델→광고와 뮤직비디오 출연→드라마 주연 캐스팅'이 남자 탤런트의 공식 입문경로가 된 듯한 인상이다.

아직까진 연기보다 워킹과 포즈가 익숙하지만, 이제는 모델이 아닌 연기자로 불리고 싶어 하는 기대주 세명의 꿈을 들여다 봤다.

# 김남진은 5월 말 막을 내린 SBS '천년지애'에서 현대에 환생한 백제공주 부여주를 사랑하는 일본인 후지와라 다쓰지 역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저음의 목소리, 셔츠 단추 세개를 풀어헤친 섹시한 스타일에 호기심을 품은 시청자들은 그가 바로 여자 모델에게 카메라폰으로 찍히던 광고 속 주인공임을 알고 "아, 그 사람"하며 기억을 되살렸다.

1996년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씨에게 발탁돼 굵직한 패션쇼마다 불려 다닌 정상급 모델인 김남진. 하지만 강한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 캐스팅에선 몇차례 고배를 마시다 '천년지애' 이관희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는 이관희프로덕션이 제작하는 MBC 새 주말극 '회전목마'에서도 주연으로 내정될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는 중.

김남진은 "모델 경력 때문에 카메라에 내 모습이 어떻게 잡힐지 감이 있다. 첫 주연작에서 그만큼 해낸 게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평했다.

# 지난주부터 방영된 MBC 새 월화 미니시리즈 '다모'에서 역모를 꿈꾸는 화적 두목 장성백 역을 열연하고 있는 김민준. 연출자인 이재규 PD는 그를 보고 "무수한 역경을 이겨낸 비장미와 남성적 기개가 느껴지는 얼굴"이라며 주연 자리를 맡겼다.

자신 때문에 NG가 나면 밤 새워 연습할 정도로 열의를 보여 연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게 이 PD의 평가. 하지만 김민준은 "아직까지 제 연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장성백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1996년부터 패션모델로 맹활약한 김민준 역시 대중의 이목을 끈 건 광고를 통해서다. 청바지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하는 사장님으로 나온 모 이동통신사 광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데뷔작 '위풍당당 그녀'에 이어 강동원은 최근 MBC 새 일요 아침 드라마 '1%의 어떤 것'에서도 주연을 따냈다. 얼굴은 소년처럼 해사하지만 운동을 통해 다져진 건장한 체격이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게 그의 매력. '위풍당당…'의 연출자 김진만 PD는 이런 점에 반해 부산이 고향인 그를 위해 상대역 배두나까지 경상도 사투리를 쓰도록 드라마 설정을 바꾸기까지 했다.

'1%…'에선 표준어로 연기하는 강동원은 "사투리 어투뿐 아니라 부족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만큼 정신병자나 남자 냄새 진하게 나는 역할을 통해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꼭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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