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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국회에 거취 떠넘긴 대통령…야권 “탄핵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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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 막판 변수가 돌출했다. 박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정하는 대로 임기를 단축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총리 지명권을 국회로 넘겼던 박 대통령은 이번엔 자신의 거취 자체를 국회에다 통째로 넘기는 승부수를 날렸다.

박 대통령 “임기 단축 등 국회 결정 따라 물러날 것”
야권 “혼란 유도한 꼼수” 2일, 9일 놓고 오늘 결정
비박은 “내달 9일까지 여야 협상…결렬 땐 탄핵”

박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외형상 각계 원로와 친박계 중진들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수용한 모양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원로 20명은 지난 27일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거국중립내각 구성 ▶개헌 등을 골자로 한 정국 수습책을 제시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도 28일 비공개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고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발생하는 국가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선 국회가 정한 일정에 맞춰 퇴진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구체적 퇴진 날짜를 못 박지 않은 건 날짜를 정하게 되면 왜 하필 그때냐는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에 일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는 한때 ‘탄핵연대’를 흔들어 놓았다. 야권과 탄핵 추진에 나섰던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당장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담화 발표 후 격론을 벌였다. 회의 후 황영철 의원은 “일단 여야는 조속히 대통령 조기 퇴진 협상에 임하고 다음달 9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탄핵을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달 2일 탄핵안 발의를 준비하던 야권은 퇴진 협상을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담화 뒤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를 상대로 혼란을 유도한 대통령의 의도는 결코 관철되지 못할 것”(기동민 원내대변인)이라며 탄핵 추진을 강행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이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건 현재의 (친박계) 여당 지도부와는 어떤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퉁치기”라며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의원총회에서 12월 2일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비박계의 입장을 감안해 30일 야 3당 대표들이 모여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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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에서 상당수가 탄핵 대오에서 이탈하면 야 3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172명)만으론 탄핵정족수(200명)를 채우기가 힘들어진다. 친박계는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글=김정하·강태화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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