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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거제 저도를 시민에게 돌려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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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행정구역상 거제시에 속하지만 국방부가 소유하고 해군이 관리한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섬 저도(猪島) 얘기다. 돼지 형상을 닮은 이 섬은 거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외도의 세 배(43만4182㎡) 크기다. 동백과 해송이 울창한 숲을 이뤄 경치가 뛰어나다. 하지만 거제 시민은 이 경치를 누리기는커녕 섬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1954년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이용한 뒤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아 72년 대통령 휴양지 ‘청해대(靑海臺)’로 지정된 이후 주민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93년 해군 기지가 있는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에서 거제시로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대통령 휴양지 지정이 풀렸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군사시설물 관리를 이유로 소유권과 관리권을 거제시에 넘기지 않고 있다. 저도에는 대통령 별장과 부속건물, 골프장 등이 있다.

거제 시민들은 오래전부터 섬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2004년 거제시와 시민, 경남도의회가 청와대·국회·국방부 등에 저도 반환 건의서를 냈지만 국방부는 “군사시설이 있어 자치단체로 관리권을 이전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2010년 개통한 거가대교가 저도 위를 지나 보안 목적이라는 이유가 무색해졌음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소유권과 관리권을 이전할 수 없다고 한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이곳에서 보냈다. 그 이후론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다. 대통령이 이용하지 않을 때는 해군 휴양지로 사용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2013년 해군 장성 부인들이 이곳에서 부적절한 야유회를 열었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은 “저도가 해군 장성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조선산업 불황으로 어려운 거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도를 개방해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저도 반환 촉구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어쩌다 한번 찾는 대통령을 위해 주민에게 일 년 내내 섬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또 다른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 청와대가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긴 이후 900만 명(누적)이 찾은 관광명소가 됐다.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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