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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 오디션 방송답게 빙 돌려 말하지 않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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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JTBC ‘팬텀싱어’ 심사위원 김문정

김문정 감독은 “‘팬텀싱어’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김문정 감독은 “‘팬텀싱어’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김문정(45)씨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국내 정상의 뮤지컬 음악감독이다. ‘맘마미아’ ‘맨오브라만차’ ‘레미제라블’ ‘명성황후’ ‘영웅’ 등 히트 뮤지컬의 음악을 책임졌다. 1년에 뮤지컬을 10편 넘게 한 적도 있다. 뮤지컬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 구성과 지휘, 무대의 템포 조절, 배우 선발, 보컬 트레이닝 등 공연의 핵심을 맡는다.

뮤지컬 ‘맘마미아’‘명성황후’등
오케스트라 지휘, 배우 선발 등 맡아

그에게 요즘 ‘독설가’라는 새로운 별칭이 생겼다. JTBC의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다. 매주 금요일 오후 9시40분에 방영되는 ‘팬텀싱어’는 오디션을 통해 남성 4중창 그룹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다. 김씨가 마이크를 잡으면 촬영장에는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그는 “이 곡은 참가자가 부른 것보다 오만 배는 더 좋은 노래다” 등 날선 심사평을 쏟아낸다. 이렇게 방송 중에 독설을 쏟아내다 보면 그의 이름 석자는 어느새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곤 한다.

지난 25일 서울 이태원의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평소에도 독설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주변에선 ‘평소엔 안 그러면서 방송에선 왜 그래요?’라고 물어 봐요.(웃음) 한정된 시간 안에 참가자들에게 정확한 얘기를 해주고 싶고, 성격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을 빙 돌려서 하지도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에겐 첫 오디션 방송 출연이다. 김씨는 “클래식, 뮤지컬 음악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하모니가 중요한 오디션이란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그가 한 참가자의 노래 실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선보인 지휘도 화제가 됐다.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상황이었어요. 음악성과 감성, 하모니가 저의 심사기준이죠.”

그는 26일 개막한 뮤지컬 ‘팬텀’의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저의 무대랍니다.” 그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한 명 남짓 들어갈 좁은 공간을 소개했다. 그는 이곳에서 지휘를 하는 등 공연을 진두지휘한다. 그의 밑에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모여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다. “막이 오르면 오케스트라와 배우, 제작진이 모니터로 저만 봐요. 적외선 카메라가 계속 저를 촬영하거든요.”

김씨는 지금까지 맡은 뮤지컬들에서 국악·가요·재즈·플라멩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는 “음악이란 큰 틀 안에서 계속 변화해 온 점이 자산이 됐다”고 했다. “5살 때부터 집에 있는 피아노가 장난감이었어요.” 중·고교 시절엔 교내 합창단장을 했고, 남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졸업 이후엔 노래방 음악 몇 천 곡의 반주를 녹음했다고 한다.

그는 1992년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건반 반주자로 뮤지컬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2001년 뮤지컬 ‘둘리’를 통해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머리가 백발이 되어서도 지휘하는 할머니 음악감독이 남은 꿈”이라고 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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