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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살려 펀드·경제 교육 기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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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20면

1 올해 9월에 열린 삼성증권의 ‘경제골든벨’ 본선 대회.[사진 삼성증권]

올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어린이병원 강당.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홍색 풍선이 마술사의 손을 거치자 귀여운 토끼로 바뀌는 모습에 환호하는 이들은 소아암으로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었다. 마술쇼에 이어 모래를 이용해 동화를 들려주는 샌드아트도 반응이 좋았다. 이날 행사는 NH투자증권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마련한 ‘NH희망매직쇼’였다. 2005년부터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천사펀드’를 운영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2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윗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충북 괴산 다문화센터에 성금을 전달했다. [사진 대신증권]

이처럼 국내 증권사는 증시 침체로 실적이 줄었음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9월 발표)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상위 9개 증권사의 상반기 기부금은 58억6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7.9%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의 기부금 증가율이 돋보인다. 1년 전만 해도 1000만원 수준이었던 기부금이 올해 상반기 약 2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7년 출범한 ‘참사랑 봉사단’을 중심으로 미혼모 아기 돌봄, 무료 급식 지원 등을 한다.

3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선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오른쪽)와 임직원들. [사진 NH투자증권]

가장 활발한 나눔 활동은 증권사의 전문성을 살린 경제·증권 교육이다. 삼성증권은 2005년부터 12년째 ‘청소년 경제증권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아동과 청소년은 저축·투자 등 기본적인 경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현재까지 약 17만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올해 4월부터는 교육에 참석한 학생 중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금을 준다. 한국투자증권은 2013년부터 저소득층 자녀 대상으로 ‘참벗나눔 어린이 경제교실’을 열고 있다. 올해 7월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촌종합사회복지관에 초등학생 40명을 초청해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가상화폐 쇼핑, 용돈 기입장 작성 등 체험 교육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의 ‘따뜻한 금융’을 사회공헌활동의 목표로 삼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고객수익률 평가제도’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고객자금을 잘 운용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만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올해 고객중심 영업문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성과급까지 연동해 운영한다.

4 메리츠종금증권의 ‘참사랑 봉사단’의 김장김치 나눔. [사진 메리츠종금증권]

오너가 나서서 사회공헌활동을 챙기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달 23일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충북 괴산군청을 방문해 2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회장은 2004년부터 13년째 겨울이 오면 전남 나주와 충북 괴산을 찾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기부에 관심이 큰 데는 대신증권 창업자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영향이 크다”며 “창업자가 생전에 강조했던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고 양재봉 명예회장이 자신의 아호인 ‘송촌’을 따 설립한 대신송촌문화재단은 장학금 지원, 국민보건지원사업 등으로 사회 각 계층을 돕는다.


증권사의 사회공헌활동은 일회성 기부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나눔문화로 바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임직원들은 2013년부터 재능이 뛰어난 청소년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꿈을 꾸는 아이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업·예술·체육 분야의 재능있는 50여 명을 선발해 매달 특기·적성 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매월 임직원이 기부금을 내면 회사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예술분야 장학생으로 뽑힌 김지윤(가명)양은 “매일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올해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대상을 탔는데 더 열심히 해서 해외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답게 농촌지역과 교류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주남리 마을과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소용마을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임직원들이 농번기에 일손을 제공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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