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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리처방 의혹 김상만 전 원장 뒤에 민정수석실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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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뒤에 '민정수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원장은 전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다. 최순실(60)씨가 귀국하기 직전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차움의원에 근무하는 후배 의사에게 요청했다 거절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차병원 관계자-지인 녹취록 공개
"김 원장, 차움에 전화해 '민정에서 JTBC 고발하라고 한다'고 말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윤소하 의원실은 김 원장이 차움의원에 전화를 걸어 JTBC에 대한 고발을 종용하며 "민정에서 고발을 하라고 한다"고 말한 차병원 관계자와 의료계 종사자 지인A씨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통화 내용은 지난 12일 녹음된 것. 이때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취임한 이후다. 그러나 윤소하 의원실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민정'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추후 지인 A씨와 만난 뒤 자료를 내겠다"고 말했다.

11분 분량의 녹음파일에 따르면 차병원 관계자는 지난 9일 JTBC에서 보도한 '청', '안가'가 적힌 대리처방 의혹 보도를 언급했다. 그는 "김상만이 우리(차병원)한테 전화를 해서 '이것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하려고 한다. 진료기록부를 불법으로 TV화면에 내보냈다'는 얘기를 하면서 '민정수석실에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받았다. JTBC를 고발해라'라고 했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차병원)도 고발하려던 차에 김상만이 고발한다고 하니 우리도 고발하자. JTBC가 쓸데없는 걸로 괴롭히니 우리도 사실 JTBC를 고발했다. 그런데 김상만이 전화했을 때 녹음을 못 한 게 한"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최씨의 공황장애 진단서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민정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녹음파일에서 그는 "김상만이 차움에 있는 모 의사한테 전화를 걸어 최순실의 진단서를 끊어줄 수 있겠냐 했다. 전화 받은 의사가 '내가 진료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진단서를 끊어주냐.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라' 하면서 끊었다. 그런데 다음날 최순실이 (한국으로) 온 거야. 생각해보니 김상만이 민정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 전 원장이 최씨가 자주 이용하던 단골 성형외과 원장으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차병원을 끌고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녹음파일에서 "지금 문제는 김영재를 보호하려고 김상만이 자꾸 차병원을 끌고 들어가는 거야. 김영재를 보호해주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인 A씨는 "기자회견을 빨리 신청해서 (차병원은) 떳떳하다고 하고, 이 파일을 경찰에 줘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이어 차병원 관계자는 "증거도 다 있으니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을 잡아주라. 지금 차병원을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김상만 전 원장을 비롯해 김영재 원장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 세 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즉각 이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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