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통령, 사표 수리 미적···공중에 뜬 김현웅·최재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순실 국정 농단 곳곳에 빈자리 청와대·내각

최재경 수석

최재경 수석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사정(司正) 라인의 핵심 축인 두 사람은 지난 21일(김 장관)과 22일(최 수석)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계속 결정이 늦어지면서 두 사람 모두 이날도 출근해 업무를 봤다.

임종룡, 유일호와 어정쩡한 동거
청와대 정책수석 등도 충원 못 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며 “수리 여부는 대통령 판단 사안이니까 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다 오후 6시30분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수리 여부에 대한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 때문에 계속 참모 회의를 했지만 대통령이 아직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사표를 반려하려 하지만 당사자들의 사의가 강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면 공직자가 끝까지 사의를 고수하긴 어렵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표 처리를 미루는 건 김수남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까지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사진 김경록 기자]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까지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사진 김경록 기자]

박 대통령 입장에선 다음달 중순께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가는 ‘최순실 특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민정수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 역시 새로 임명하려 해도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복잡해 사표를 수리하기 쉽지 않다.

현재 내각과 청와대는 어수선한 상태다. ‘사고 내각’에 ‘사고 청와대’인 상황이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은 정국 수습을 위해 김병준 총리 후보자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회 진행이 안 되면서 두 사람은 22일째 공중에 떠 있다. 김 후보자와는 달리 임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당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는 지금 탄핵안 발의가 최우선 과제여서 인사청문회 일정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임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가 22일째 이어지는 중에 법무부 장관까지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도 곳곳이 공석이다. 수석비서관 중 서열 1위인 정책조정수석 자리가 안종범 전 수석의 퇴임 이후 충원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대통령 측근 3인방 중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이 맡았던 부속비서관·국정홍보비서관 자리도 비어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은)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라며 “더이상 이 정권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장관은 검찰이 법무장관을 완전히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봐야 하고 최 수석도 비슷한 사유”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박 대통령, 특검 후보 추천의뢰서 재가

박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 추천의뢰서를 재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로 의뢰서를 보내 야당에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해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대통령의 추천의뢰서가 국회에 접수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5일 이내에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추천받은 2명 가운데 1명을 임명해야 한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