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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개’ 매티스, 알고보니 손자병법 등 7000권 꿴 전략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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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럼프의 미국 눈길 끄는 각료 인선

‘미친 개’로 불리던 현역 시절인 2010년 7월 연방 상원의 중부군사령관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왼쪽). 오른쪽은 퇴역 후인 2014년 10월 재향군인단체 행사에 참석한 매티스. [로이터=뉴스1, 플리커]

‘미친 개’로 불리던 현역 시절인 2010년 7월 연방 상원의 중부군사령관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왼쪽). 오른쪽은 퇴역 후인 2014년 10월 재향군인단체 행사에 참석한 매티스. [로이터=뉴스1, 플리커]

“거친 말은 트럼프와 닮았지만 나머지는 너무나 다르다.”(포린폴리시)

사병서 4성 장군 오른 해병의 전설
“까불면 죽일 것” 거친 말 유명하지만
성품 올곧고 평생 독신 ‘승려 전사’

‘미친 개’(Mad Dog)란 별명으로 불리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 0순위.

트럼프 각료 인사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는 미 언론들도 그에 대해선 ‘한국전 이후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전투지휘관’ ‘전략적 사상가’라 부르며 유독 호의적이다.

트럼프 본인도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때도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보다 담배 한 갑과 한두 잔의 맥주로 신뢰를 쌓고 협조를 얻어내는 게 더 낫다는 매티스의 말에 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를 꼭 국방장관에 기용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와 미 언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티스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1968년 고교 졸업 후 사병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그는 워싱턴주 센트럴워싱턴대에서 다시 학군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후 걸프전·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다. 해병대 1사단장이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예하 병력의 바그다드 진격이 늦다며 부하 지휘관을 현장에서 전격 교체하는 등 ‘칼 같은’ 리더십으로 ‘살아 있는 해병의 전설’로 일컬어졌다.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매티즘(Mattism·매티스의 이념)’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미친 개’란 별명은 그의 강한 카리스마와 직선적이고 거친 화법 때문에 붙었다. 트럼프와 닮은꼴이다. 하지만 희한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극우와 진보 세력 모두 ‘국방장관은 매티스로!’에 동의하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점이다.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방장관이 확실시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은 “매티스는 존경받는 군사적 사상가”라며 극찬했고, 존 매케인(공화) 상원 군사위원장은 “더할 나위 없는 나이스 초이스(좋은 선택)”라고 강력 추천했다.

포린폴리시는 그 이유를 몇 가지 ‘트럼프와의 차이점’을 통해 정리했다.

먼저 그의 올곧은 성품. “트럼프는 남들이 듣기 좋은 소리를 말하지만 매티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충성심을 중시하는 반면 매티스는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선호한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기 싫다며 자리를 뜨려 했던 펜타곤(국방부)의 공무원과 군인들이 ‘매티스가 온다면 펜타곤에 남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독서량의 차이. 트럼프는 독서에 흥미가 없지만(워싱턴포스트) 매티스는 소장 도서 7000권을 독파한 독서광이다. 셰익스피어·성경은 물론 손자병법까지 달달 외워 자유자재로 인용할 수준이다. 남북전쟁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의 전기를 비롯해 전 세계의 전쟁사를 모두 꿰고 있는 사상가에 가깝다는 평가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 군에 대한 열정과 학문·사상에 대한 깊은 탐구심으로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미친 개’가 아닌 ‘승려 전사’(Warrior Monk)라 부른다. 이라크 파병 전 부하들에게 도서 목록을 나눠주며 “무기를 잡기 전에 (너의) 머릿속을 정돈하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나아가 매티스를 ‘강경파’로 단순화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이란 핵 협상을 반대하긴 했지만 매티스의 주장은 협상 그 자체를 뒤엎자는 이들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란과의 협상으로 얻어낸 것은 핵 개발 일시 정지일 뿐 중단은 아닌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그 밖에도 트럼프와 달리 국방예산 증액에는 신중하다는 점, ‘지속적인 미국의 관여(commitment)’를 강조하며 타협의 정신을 내세우는 점 등은 강경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중동지역 전문가인 만큼 이란 등에 대해선 활발히 의견을 개진해 왔지만 북한과 관련한 공개적 언급은 이제까지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관점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된 마이클 플린과의 관계 설정이다.

포린폴리시는 “4성 퇴역장군인 매티스(66)는 3성 장군 출신인 플린(58)보다 군 선배인 데다 훨씬 똑똑하고 공부한 게 많아 플린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매티스의 국방장관 임명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현역 은퇴 후 7년이 넘어야만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는 현행 법규도 장애물이다. 44년 동안 군 복무한 매티스는 2013년 퇴역했다.

다만 50년에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조지 마셜 장군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면서 ‘조지 마셜 면제법’을 통과시켜 예외로 삼은 전례가 있다. 트럼프가 별도의 까다로운 절차를 감수하면서까지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밀어붙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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