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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자연 다큐멘터리 『한국의 야생동물』|잊혀져가는 「야성」생생하게 전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13일『꿀벌의 세계』를 방영해 찬사를 받았던 MBC-TV가 20일 밤에는 또 다른 자연 다큐멘터리『한국의 야생 동물』을 방영,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의 야생 동물』역시『꿀벌의 세계』처럼 1년여 장기 제작을 통해 완성된 작품답게 장면 장면마다 제작팀 (팀장 박내양)의 성실성이 여실히 드러나 있어 호감을 샀다.
설악산과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국에 서식하고 있는 20여종의 야생 동물 가운데『한국의 야생 동물』이 포착한 것들은 야생 반달곰·산양·수달·오소리·멧돼지·노루·너구리·박쥐 등 15종.
특히 지난해 1월15일 설악산에서 산행 1백80여일만에 촬영한 천연 기념동물인 야생 반달곰은 TV 카메라로는 처음 포착한 희귀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다큐멘터리가 이룩한 기념비적인 개가였다.
그러나 『한국의 야생 동물』이 다큐멘터리로서의 작품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의 성실성이나 특종이 아닌, 야생 동물만이 갖고 있는「야성」을 가능한 한 생생하게 그려냈다는데 있을 것이다.
즉 60m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산양, 고구마 밭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멧돼지, 닭장을 공격한 후 맹견과 사투를 벌이는 삵쾡이의 눈빛과 독우 등은 자연 그대로의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고슴도치나 박쥐 등은 적절한 실험 장치를 통해 야성을 노출시킴으로써 제작의 균형감각을 살려나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야생 동물』은 「멸종의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을 상투적인 「자연보호」차원으로 몰고 가기 보다는 훼손되지 않은 「원시적 생명력」의 차원으로 바라본 결과 「현대인들 내부에서 멸종돼 가고 있는 자연력」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은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한국의 야생 동물』은 말로만 듣던 희귀한 동물들을 기어이 TV카메라로 포획하고야 말겠다는「특종 의식」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었고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추출된 메시지들이 상대적으로 흐려졌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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