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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땐 군대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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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극에 가까운 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미군이 자국 내 전투기 기지를 철수하면 군대를 창설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이슬란드의 비욘 바르나손 법무장관이 미군 철수 이후 국토방위를 위해 5백명에서 1천명 규모의 방위군과 2만1천명가량의 예비군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남한만한 면적(10만㎢)에 인구 28만명의 소국인 아이슬란드는 1944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이후 군대를 갖지 않고 대신 이곳에 주둔한 미군의 군사력에 무임 승차해왔다.

아이슬란드는 소련 북양함대 기지가 있는 북부의 무르만스크에서 출발한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미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소련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필요시 제압하기 위해 냉전 기간 중 여기에 세곳의 공군 기지를 운영했다.

그러나 소련이 몰락한 이후 전략적 중요도가 줄어든 데다 최근 미국이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 계획을 마련하면서 이 기지들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아이슬란드는 미국 측에 국토방위를 위해 필요하다며 미군의 계속 주둔을 요청했으나 미군은 최근 철수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아이슬란드에서 지금이라도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바르나손 장관은 "지금까지 아이슬란드 정부와 국민은 미국 같은 우방이 이 나라의 안전을 무한정 지켜줄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며 "하지만 이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여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의 전투기 기지 철수에 대비해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는 아이슬란드 측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아이슬란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이므로 '동맹국이 외부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이를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나토 헌장 5조에 의해 여전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 헌장 5조는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처음 발동됐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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