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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팬 프로블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의 고급관료들은 고위정치인들이 무슨 얘기를 하면 정중하게 듣기는 하는데, 그들이 무슨 지시를 하면 고개를 흔든다니 미국 상원의 「로버트·돌」의원은 언젠가 미국 LA타임즈에 이런 글을 기고한 일이 있었다. 선거로 뽑힌 정치지도자가 중요한 일을 추진할수 없는 정치체제를 두고 그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요즘은 미국의 권위있는외교평논지 『포린 어페어즈』가「저팬 프로블럼(일본문제)」이라는 제목의 흥미있는 논문을 싣고 역시 일본의 이해할수없는 면을 공박했다. 필자는 일본에 2O년이나 주재했던 네덜란드 신문특파원 출신 인 「월페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엔 두개의 환상이 있다. 하나는 일본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주권국가라는 환상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도 구미여러나라와 똑같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의 나라라는 환상l.
엄연히 자유세계의 일원인 일본을 두고 정논을 통해「환상」운운하는 말로 비아냥거리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아픈 얘기다.
일본이 주권국이 아니라는 논리의 근거는 이렇다. 일본의 국가운영방식(statecraft)은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아시아 여러나라들과는 다르다. 관료, 정치파벌, 산업인집단이 국가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중추기구가 없다.
그 하위의 의사결정기구로는 농민협동조합, 경찰, 신문, 그리고 갱집단을 들고 있다.
또다른 환상은 일본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련형 경제도 아닌데서 엿볼수 있다.
「월페른」은 일본의 경제체제를「CDS」라는 약자로 표현했다. 이를테면 「제3의 범주」로 분류할수있는 「발전지향형 자본주의국가(Capitalist Developmental State)이라는 것이다.
그 점에선 한국이나 대만도 같지만, 다만 이들 나라는 강력한 중앙정부에 의해 운영된다.
아뭏든 「월페른」은 CDS를 두고 「구조적 보호주의」라고 비평했다. 일본은 자유무역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비슷한 말은 경영학자 「드라커」도 한 일이 있다. 일본은 「애드버서리얼 트레이드」(적대무역)국가라는 것이다.
우리 귀엔 이런 말이 별로 신기할 것도 없지만 구미의 눈으로는 꽤 심하게 보이는 것 같다.「월페른」은 일본 이라는 나라를 따로 불러내(싱글 아우트)「미국은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일본은 미국의 기업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서 일본시장을 파고들라고 달큼한 얘기를 하지만 거기에 말려들지 말라는 것이다.「월페른」은 마치 우리나라를 보고 그런 말을 하는것 같아 더 귀가 번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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