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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성 허위 사실 유포한 전·현직 인천세관 간부 등 3명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부터 관세청 산하 인천본부세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인천본부세관에 재직 중인 A국장에 대한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찌라시’ 때문이었다. 찌라시엔 A국장이 여직원을 수시로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고 적혀 있었다. 새로 부임하는 관세청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인맥을 이용해 관피아 수사를 막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직원들의 포상금과 정보비 등을 상납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엔 A국장의 이름이 그대로 나와있다. 소문이 계속되자 관세청은 지난 8월 A국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소문이 계속되자 참다 못한 A국장은 지난 9월 찌라시를 유보한 이들을 잡아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A국장에 대한 허위 비리 내용을 담은 찌라시를 유포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사 등에 불만을 가진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22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인천세관본부 전 국장 최모(69)씨와 인천세관에 근무하는 박모(55·6급)계장,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모(5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A국장에 대한 허위 비리 내용이 담긴 찌라시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9월과 10월에 관세청 5급(사무관) 이상 고위 간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 400여 명에게 이 찌라시를 편지와 팩스 등으로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찌라시에 언급된 이들을 조사한 결과 다들 강하게 부인했고, 이를 입증할 수 없어 허위로 판명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세관 전 국장인 최씨는 10여 년 전 한 병에 100만원이 넘는 양주를 받았다가 국무총리실 공직감찰실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때문에 불명예 퇴직을 당했다. 최씨는 A국장이 자신을 밀고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측했다고 한다.
박씨도 계속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인사에 불만을 품고 가담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자료수집·문서작성·우편발송 등 계획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물론 '전국여성인권피해자모임'이라는 가상의 단체가 투서를 보낸 것처럼 속이고 여러 지역에서 우편물을 발송하는 치밀함도 보였다"며 "이들의 범행으로 A국장은 물론 실명이 언급된 여직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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