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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관련사건 공판|「재판부 기피신청」많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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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대앞 사건 등 시국관련 사건의 공판과정에서 잇따르고 있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놓고「불공정한 재판진행 때문에 빚어진 사법부 불신풍조」라는 변호인측과 「재판 늦추기 작전」이란 법원측의 주장이 맞서 법조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은 ▲법관이 사건의 당사자이거나 ▲사건당사자와 가족·친척관계가 되는 등 사건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경우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변호인)이 신청하는 제도로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송진행을 정지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관들은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큰 수치로 여겼으나 고대앞 사건의 경우 같은 재판부에 기피신청이 6번이나 접수돼도 계속 재판을 진행할만큼 기피신청 인플레현상이 일고 있다는 것.
특히 특정사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야당총재가 대법원장을 방문한 것도 처음있는 일로 바로 재판부 기피신경사건과 관련되어 있어 법원측의 처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잇단 법관 기피신청은 법원측과 변호인측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진행이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태=가장 기피신청이 많이 접수된 사건은 신민당 박찬종·조순형 의원이 관련된 고대앞 사건으로 85년12월 이후 1심에서만 모두 9차례지만 아직 결심(결심)도 못한 상태.
그동안 법관인사 등으로 재판부가 2번 바뀌어 현재 맡고있는 합의12부(재판장 박태영 부장판사) 가 3번째이며 현 재판부에만 6번(구두신청2회 포함)이나 신청됐으나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다.
신청이유는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고 구인장을 발부하는 등 유죄의 예단(예단)을 갖고 있고 너무 재판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
그러나 법원측은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다고 볼수 없으며 변호인측이 재판지연을 위해 기피신청을 남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현직의원의 경우 임기중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상실 등 치명적 타격을 받게되므로 변호인측이 특히 재판진행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재판부가 다른 불구속사건과 똑같이 진행해 서두른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85년2월 3개대생 20명이 구속 기소된 민정당사농성사건 공판때 잇달아 기피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5개대생 20명이 구속 기소된 서울미문화원사건(85년9월), 민통련 정책연구실장 장기표피고인 항소심(87년3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권모양(24)항소심(87년3월)등에서 재판부 기피신경이 잇달았다.
◇법원측=횟수제한 규정은 없으나 무한정 기피신청하는 것은 소송법정신에 어긋난다.
일본의 경우 69년 동경대사건때 변호인 30여명이 번갈아 기피신청을 내 재판을 지연시키자 규칙으로 「소송지연 목적만의 기피신청이 명백할때 담당재판부가 각하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변호인측=시국관련사건에서 법원이 공정성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피신청을 내는 것이다.
현행법에 기피신청의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법원이 각하결정을 내리고 재판을 강행하는 것은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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