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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안심 검진, 양압 수술실 … 성형외과 최초 의료기관 인증 밑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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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병원 박상훈 병원장. 프리랜서 조상희

아이디병원 박상훈 병원장. 프리랜서 조상희

미용·성형 분야는 그동안 크고 작은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수술 부작용, 무리한 수술 권유에 대리수술까지. ‘의료 한류의 선봉’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이면이다. 그런데 최근 성형외과 병원으로는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병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전 성형’을 모토로 하는 아이디병원이다. 안전 성형 우선 시대를 연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안전 성형' 이끄는 아이디병원

내과 전문의·간호사 상주
골밀도·폐 등 50여 가지 검사
수술 위험요소 사전 제거

성형외과 병원이 의료기관 인증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증평가를 나간 조사원조차 의아해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의료기관 인증은 환자 안전을 지키고 의료 질을 높이는 시스템을 스스로 갖춘 병원에 주어진다. 인력·장비뿐 아니라 사전에 불안 요소를 거를 수 있는 능력까지 다면적으로 평가한다. 그만큼 까다롭다. 게다가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을 제외하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인증을 받은 1600여 개 병원 중 그동안 성형외과 병원이 없었던 이유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병원장은 인증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성형외과 분야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과도기적인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왔다”며 “내·외국인 환자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수술 안전은 의사 한 명의 힘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결국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디병원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중 하나는 ‘안심성형 종합검진’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 성형수술의 안전을 보증하는 장치다. 이 부분은 인증 평가에서도 강점으로 꼽혔다. 내과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가 상주하면서 수술 전 모든 환자에게 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검진센터는 복지부 인증도 받았다. 의료진은 검진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X선 검사, 3차원 CT(컴퓨터 단층촬영), 성장판·턱관절 검사를 포함해 50여 가지에 달한다.

환자가 수술 전 `안심성형 종합검진`을 받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환자가 수술 전 `안심성형 종합검진`을 받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수술 전 의료진이 반드시 거치는 에어샤워실. 프리랜서 조상희

수술 전 의료진이 반드시 거치는 에어샤워실. 프리랜서 조상희

수술실의 양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 프리랜서 조상희

수술실의 양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 프리랜서 조상희

수술 후엔 집중 회복 프로그램

눈길을 끄는 것은 골밀도(골다공증) 검사와 폐기능 검사다. 골밀도 검사는 양악수술이나 안면윤곽 수술 시 혹시 모를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 골 성장이 완전하지 않은 청소년 환자는 수술을 미룬다. 골다공증 환자는 3~4개월 치료 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 수술을 진행한다. 폐기능 검사는 전신마취로 인해 수술 중,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호흡부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박 병원장은 “수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위험요소가 존재한다”며 “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발견해 위험을 막는다”고 말했다. 그물망 검사로 1%의 가능성도 차단하는 셈이다. 수술 후에는 신경재생치료나 메조세러피 등 집중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의료 시설·체계는 대학병원 수준

가장 위험한 일은 수술실에서 벌어지게 마련이다. 수술 중에는 환자 안전관리시스템이 작동한다. 공기에 의한 오염이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우선 의료진이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에어 샤워실을 거치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오염물질을 털어낸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수술실마다 구축된 양압 시스템이 가동한다. 외부 공기가 수술실로 흘러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20개의 수술실 모두 국제 수준의 멸균 양압 시설이 적용됐다.

박 병원장이 서울아산병원 교수 시절 겪은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옛날에 한 수술실의 감염률이 높아져 원인을 알아보니 수술실 양쪽 문이 동시에 열리는 것이었다”며 “성형외과 수술은 공기에 의한 감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안전상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의료진을 충분히 투입하고 수술 케이스 콘퍼런스를 충분히 갖는 것도 의료 질 관리의 핵심이다. 수술 시 집도의 외에 평균 2.8명의 수술 지원 인력이 투입된다. 수술 전에는 분야별 의료진이 모여 함께 수술 계획을 세우고, 수술 후에는 계획대로 됐는지 교차평가와 최종 모습 평가까지 모두 3단계의 콘퍼런스를 거친다. 박상훈 병원장은 “수술 전후 의료체계와 시설 등 대학병원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디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인증을 넘어 해외에서 의료기관 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박 병원장은 “성형수술에 대한 불신·불안·불편 등 환자의 3불 해소가 필요하다”며 “환자가 신뢰하고 공감하는 병원이 되는 길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인증평가 외에 환자를 보호하는 또 다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박 병원장은 “가령 중국에는 뼈 성형수술을 상급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강제적인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안전과 윤리적인 부분을 검증하는 공식 기준이 점차 개선돼 성형외과 전체가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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