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1948년 대한민국 수립론은 헌법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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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최대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윤수(54·사진) 한국교총 회장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48년을 국가 창립으로 보는 것은 헌법 이념을 제멋대로 뜯어고치는 것”이라며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교과서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에 기술 땐 수용 못해”
역사학 교수 561명도 “불복종 운동”

교육부는 28일 공개할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에 1948년을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할 계획이다. 다만 ‘건국절’이라는 표현은 교과서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 회장은 그러나 국정교과서가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다면 교총 차원에서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학자인 하 회장은 “국가 수립이 48년이라는 해석은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현행 헌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를 배우도록 교총이 가만히 있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18만 명의 교원이 가입한 한국교총은 앞서 12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등이 포함될 경우 국정교과서를 부정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해 국정화에 찬성의 뜻을 밝혔던 교총이 입장을 바꾼 데엔 하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교총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 회장은 “헌법에는 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과 온 국민의 정서적 합의가 녹아 있다”며 “수권자의 뜻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신이 아닌 이상 국민이 합의할 수 없는 내용이 교과서에 담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총장으로 지난 6월 교총 회장에 취임한 그는 2대에 걸친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다. 조부인 하준호 선생은 90년 건국훈장을 추서받은 독립운동가다. 아버지도 항일운동으로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전국의 역사학자들도 이날 국정화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역사학 및 역사교육학 관련 교수 561명은 “유사 이래 최대 인파의 함성에서 확인되듯 국민의 명령은 이미 내려졌다. 전국의 역사 교수들은 국정화 정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화가 강행된다면 현장 교사 및 시민들과 함께 국정교과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만·노진호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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