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강남 부동산 급매물 늘며 가격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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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와 ‘트럼프 충격’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11·3 대책에 금리 복병도
잠실 5단지 1억8000만원 ↓

이미 시장은 11·3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달 말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투기 수요 억제’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매수 문의가 끊기고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값은 한 주 새 0.03%, 강남구는 0.02% 각각 하락했다. 호가(부르는 값)가 떨어지고 급매물이 나오는 단지가 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1㎡형은 지난달 10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9억95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층수 제한’이라는 내부 악재까지 터졌다.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하려는 재건축조합의 계획에 서울시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호가는 급락했다. 전용면적 76㎡형의 경우 3주 새 1억8000만원 떨어진 13억5000만원대 급매물이 나왔다.

강북권에도 관망세가 짙다. 마포구와 노원구 일대 집값이 보합세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형이 6억8000만~7억1000만원으로 2~3주 전과 같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 매수 문의나 거래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당분간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임원은 “각종 악재에 따른 불확실성 여파로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터지면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인상이 집단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신규 분양 계약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된 상황이라 ‘거래 절벽’ 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수개월 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리지 않는 한 주택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보다는 국내 은행에서 결정하는 가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더 중요하다”며 “상당수 주택 구매자가 대출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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