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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공공자산 해운대 약탈적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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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비리 의혹이 제기된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개발사업에 대해 이미 4년 전 ‘민간사업자의 탐욕과 부산시의 불의(不義)한 도시행정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 학자의 논문이 발표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4년 전 의혹 제기한 윤일성 교수
“아파트 용도변경 특혜 중의 특혜
민간 탐욕과 지자체 부정 합작품”

윤일성(54·사진)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2년 『지역사회학』 제13권에 게재한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도시 정치학’이란 논문이다. 이 논문에는 ‘탐욕과 불의의 도시개발’이란 부제가 붙었다. 14일 윤 교수를 단독 인터뷰했다.

시행사 엘시티PFV의 실소유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구속됐는데 엘시티의 핵심 문제는.
“애초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안 된다고 했는데, 부산시가 85층 2개 동(882세대) 아파트를 허용해준 게 가장 큰 문제다. 아파트를 허용하면서 관광개발이란 공공성이 없어졌다. 이는 민간사업자가 용도변경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려던 서울의 ‘수서 사건’, 부산의 ‘다대·만덕 사건’과 다름없다.”(부산시는 엘시티 사업부지 일부가 아파트·오피스텔을 지을 수 없는 중심지미관지구였으나 2009년 1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아파트가 가능한 일반미관지구로 바꿔 줬다.)
해운대 해수욕장변에는 그동안 아파트가 없었는데.
“엘시티는 해수욕장변에 짓는 최초의 주거시설이다. 앞서 해운대 그랜드호텔이 적자가 나는 호텔사업을 접고 호텔 부지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2009년 1월 도시계획 변경 제안서를 냈다가 해운대구청의 부정적 입장을 확인하고는 며칠 만에 철회한 적이 있다. 엘시티의 용도변경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려할 문제는 또 없나.
“법무부가 2013년 5월 지정한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있다. 투자이민제는 지역단위로 해야 하는데, 이미 민간사업자가 정해진 단일사업장인 엘시티 건물(레지던스 호텔 561실)에 지정해준 것은 특혜라고 본다. 물론 법무부는 부산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줬다. 그래서 검찰이 이영복 회장의 로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엘시티가 난개발됐다는 뜻인가.
“그렇다. 공공의 자산인 해수욕장이 민간업자의 부동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공적 자산의 약탈적 도시개발이고 공공자산을 난도질한 나쁜 선례다. 특혜 중 특혜다. 앞으로 해수욕장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해운대 장산(?山)의 스카이라인과 해수욕장 일대를 파괴하지 않겠나.”
왜 그렇게 됐다고 보나.
“‘토건주의적 성장연합’이다.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소수 지배세력이 정·관·학계와 공식·비공식 네트워크를 구성해 도시의 성장·발전이 중요하다며 대규모 도시개발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엘시티는 민간업자의 탐욕과 부산시의 불의가 결합한 사업이다. 2010년을 전후해 여러 시민단체가 반대했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이번 이영복 사건은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과 10m 정도 간격을 두고 관광(260실)과 일반호텔(레지던스 561실)이 있는 101층(높이 411.6m) 1개 동, 지상 85층 아파트 2개 동(882세대), 워터파크, 전망대, 판매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부산시가 관광지 개발을 이유로 부지를 조성해 매각했다. 현재 공정률 5%로 2019년 11월 말 완공 예정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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