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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각계와의 대화 가속화|국세 만회 위해 활발한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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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문과 복지원사건의 수렁에서 헤어나 국세를 만회하고 정국을 다시 주도적으로 이끌어 보려는 민정당의 움직임이 최근 음양으로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고문사건과 복지원·성지원사건등의 잇단 강타로 민정당에는 그 동안 짙은 우울증과 일종의 체념적 분위기가 감돈 것이 사실이며 심지어 어떤 당직자는 『더이상 떨어질 표도 없다』는 자조적 개탄을 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민정당으로서는 최근의 사회여건이 지극히 악화되고 있다고 보지않을 수도 없게된 것이 가톨릭이 더욱 현저한 부담이 되고 있는데다 전에 없이 불교계일부도 재야측에 보조를 맞추는 현상이 나왔고 대한변협같은 단체의 목소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국면의 이런 악화에 대응해 민정당은 새삼 합의개헌을 고창, 선택적 국민투표의 헌특논의등 대야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종교계·변협등 사회 각분야와의 접촉과 대화를 은밀히, 그러나 활발하게 벌이고 내부적인 전열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절두산 성당서 미사>
○…19일 저녁 서울 절두산 성당에서는 이례적으로 여권고의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합동미사가 열렸다.
이 합동미사에는 천주교신자들인 민정당의원, 국장급이상의 정부고위인사, 국영기업체임원, 기타 여권인사등 1백50여명이 참석했다.
여권천주교신자 모임인 「미리내회」의 첫 행사였다. 독실한 신자들인 유학성·정석모·봉두완 . 정동성·김정남·허청일·김현욱·안영화의원등은 2월7일 명동성당의 박종철군 추모대회를 전후해 「천주교대책」의 필요성을 절감, 이같은 모임을 갖기로 하고 방안을 짜냈다는 것이다.
대화부재가 김수환추기경을 비롯, 성직자들로 하여금 정부·여당의 민주화의지에 회의를 낳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정부비판으로 흐르게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성직자들과의 잦은 접촉및 적극적 대화, 그리고 천주교행사의 참여등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다.
여권내 유력신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세를 과시함으로써 무언의 영향력을 미쳐보자는 속셈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일부에서는 명동성당에서 첫모임을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순교성지인 절두산 성당을 택한 것도 「구도자적」 자세로 대화와 설득의 노력을 해나가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노태우대표위원도 지난 1월28일 김추기경을 만난 후 이모임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개신교의 경우 이같은 조직적 움직임은 아직 없으나 장성만정책위의장과 나석호의원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목회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권익현상임고문등 30여 불교신도의원들은 진작부터 승단측과 대화가 잘되고 있어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고충과 비판등 수용>
○…이같은 교계대책과 범행해 민정당은 대한변협대책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18일 이한동원내총무를 비롯한 원내외 율사출신 15명의 모임을 처음으로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 이총무등은 그동안 재조·재야법조인들과의 대화를 등한히 한점이 없지 않았다고 자생, 앞으로 그들과의 대화활성화를 통해 고충과 비판을 겸허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거나 개선키로 하는데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속셈은 대한변협이 최근 정부비판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음에도 여권이 속수무책임을 통감, 조금이라도 이를 중화시켜 보자는데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11대때 율사출신의원들이 친목모임을 갖자 당수뇌부에서 당내화합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못하게 하던 전례를 생각하면 당이 이번에 이같은 모임을 갖도록 유도한 것은 대조적』이라는 한의원의 실토는 새겨 볼만하다.
민정당은 또 얼마전에 노총관계자들을 불러 이춘구사무총장·장정책위의장·김태호사무차증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노조지도자들을 다독거렸다.

<재야대책엔 묘안없어>
○…이같은 대외적 움직임과는 별도로 노대표는 18일 육사출신의원들과 모임을 가져 시선을 끌었다. 이 모임에서 노대표는 『5공화국을 이끈 세력이 정치일정의 원만한 진행에 최종적 책임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두가 무한책임감을 갖고 합의개헌달성에 전력을 기울여달라』며 『우리마저 개헌이 과연 될수 있을까 회의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노대표는 『특히 밖에서 당이 곧 무너지지 않나 하는 엉뚱한 시각도 있는 모양이니 이런때 일수록 힘을 합쳐 어떡하든 합의개헌실현이 되도록 신념을 갖고 내각제 관철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위기를 당하고 보니까 당내에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들도 나타나더라고 비판하는등 나름대로 개탄과 지혜를 교환했다고 한다.
이자리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여야의 정치행태는 서로 상대방의 실책만을 기다리는 「함정식 정치」로 일관하는데 우리는 서두르지 말고 정공법으로 나가야한다 △농어촌마저 민심이 극히 좋지 않으니 하루빨리 농어촌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괴문서등으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으므로 이같은 괴문서의 출처를 밝혀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등.
특히 한 참석자는 신민당의 5월 전당대회이전에 개헌을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며 그 이유로 5월 전당대회이후 신민당은 그 후유증으로 1, 2개월간 격심한 혼란을 겪게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럴 경우 개헌후유증과 신민당내분이 상쇄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재야대책수립의 필요성에도 인식을 같이했으나 별다른 묘안제시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노대표는 이 모임을 시발로 내주부터 시·도별 의원간담회를 다시 갖고 의원들의 떨어진 사기와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북돋워주고 또 죄어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내외적 대책수립과 내부단결 노력은 지금까지의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여권내의 행태가 더이상 먹혀 들수 없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 보면 다원사회의 이해와 갈등을 대화와 설득으로 풀겠다는 진일보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민정당의노력은 스스로 내건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할만한 일들을 해나가는 토대위에서라야 기대하는 결실을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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