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합의 구속력 없는 선언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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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시국회소집 진통예상>
18일의 3당 대표회담은 임시국회소집· 헌특정상화· 고문근절등에 관해 「인식을 같이한다」 「함께 노력한다」는등 다소 막연하나마 합의를 이뤄낸 것은 교착정국의 한걸음 진전이라고 볼수있으나 앞으로 총무회담을 통해 그 성과가 어떻게 구체화 될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자신을 못갖는 눈치다.
노태우 민정당대표위원은 회담이 끝난후 『헌특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헌특이 곧 열린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과거 완전히 합의한 사항도 깨진적이 있으므로 헌특이 가동된다거나 가동을 위해 노력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다소 시큰둥하게 대답.
또 회담이 끝날때를 기다리던 김태룡 신민당대변인은 일부러 나서 「노력」은 개헌의 분위기 내지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으로 양 김씨가 제의한 실세대화· 선택적 국민투표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는데 이민우 총재는 이같은 해석에 고개를 끄덕끄덕.
김대변인은 심지어 『헌특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임시국회와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총재는 『합의내용이 구체적인 것이 아니어서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날 합의가 「선언적 합의」였음을 지적.
민정당의 핵심간부들도 『발표문 대로라면 기대이상의 성과라고 할수있으나 합의가 지켜질지는 두고봐야겠다』면서 양 김씨와 신민당 확대간부회의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관심.
여야의 이같은 반응들로 미루어볼 때 3당 대표의 합의는 구속력이 없는, 원칙 문제에 대한 선언적 합의라고 볼수 있고 따라서 헌특정상화와 임시국회소집을 위한 절충에서는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중논.
그러나 접점없이 표류하던 개헌정국에 3당대표간의 이만한 합의는 출노타개의 한 발판도 될수있다고 볼 수 있고, 여야가 신축성을 발휘하는데 따라서는 정국이 다소 활기를 회복할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정당측이 임시국회를 기점으로해 그동안 내부적으로 다듬어온 이른바 민주화 카드를 하나씩 취해나갈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있다.

<"우리정치 언제 풀릴지">
18일 저녁 3당 대표회담은 이재형 국회의장이 자유당· 민주당시절의 정치회고담을 꺼내고, 당시일선기자였던 이만섭 국민당총재가 거드는등 부담없는 대화가 길어져 3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회담이 시작되기 전 노민정당대표는 『내일이 우수인데 정치도 봄다운 봄을 맞이하자』며 건배를 제의.
이에 이만섭 국민당총재가 『우리정치는 언제 풀릴지 걱정』이라고 하자 이의장은 『여러분들이 열쇠 3개를 모두 갖고 오셨으니 여기서 자물통을 열면 되지 않느냐』고 한마디.
3당대표들은 이에앞서 의장실에서 잠시 환담했는데 이의장과 두 야당총재는 노대표에게 『오늘유임을 통보받은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 노대표는 『국민당의 이총재도 오는 23일의 전당대회에서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지금까지 현 3당대표가 끌어왔지만 정국이 타결될때까지 계속 유임됐으면 좋겠다』고 피력.
이의장이 『오늘 회담이 끝난후 노대표가 축하턱을 내라』고 했는데 이신민당총재가 『오늘 하는것도 좋지만 임시국회가 열리게되면 그때 단단히 내라』고 사양, 이날의 2차모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합의문은 회담 말미에 노민정당대표가 준비해온 3개항의 초안을 제시한 것을 한 두가지 첨삭함으로써 20여분만에 쉽게 매듭.
노대표가 제시한 초안은 ㈀합의개헌이 늦어진데 대해 다함께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정국의 운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임시국회를 빠른 시일 안에 소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그 소집의 시기· 의제· 기간은 총무에게 일임한다는 내용.
이에대해 이신민당총재가 『인권문제를 포함시키자』고했고 노민정당대표가 『그렇다면 헌특정상화도 넣자』고해 합의문을 재구성하게 됐다는것.

<이총재 합의놓고 옥신각신>
19일 상오 신민당 확대간부회의는 이민우 총재가 「헌특정상화노력」에 합의해 준데 대해 『정상화노력의 뜻을 분명히 해야한다』 『총재의 공식합의 사항인 만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는등 해석과 대책을 놓고 논란.
이중재 부총재는 『시간이 없을수록 여야지도자 대화가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헌특정상화는 실세대화·선택적 국민투표등 전제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인 만큼 총재합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이총재를 공격.
최형우 부총재도 『정상화 노력 합의를 백번한들 선택적 국민투표나 여야지도자 회의에서 권력구조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면서 「정상화 노력」이란 의미는 선택적 국민투표 관철등의 노력과 같은 의미임을 강조.
그러나 김수한 부총재는 『헌특은 우리가 애써 만든것인 만큼 정상화에 노력한다고 한 총재의 합의는 잘한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총무회담에서 기타 실세회담등의 관철을 위해 구체화시켜 나가면 된다』고 역설.

<합의개헌성사 혼신의노력>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위원이 유임된데 대해 당내에서는 차기 집권후보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는 분석과 강을 건너는중에 말(마)을 바꾸어 탈수 없는 형편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교차.
19일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이춘구 사무총장은 당총재인 전두환 대통령이 노대표의 유임을 재가하면서 밝힌 유임이유를 설명했는데, 여대표는 『대표위원의 대임을 다시 맡겨준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의 여망인 합의개헌 성사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피력.
많은 의원들은 여대표의 유임이 현재의 정치상황으로 봐서 불가피한 점도 없지 않으나 여권내의 비중을 감안하면 노대표가 차기집권후보자로서 한발 다가선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는 의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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