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 이달 거래 0건, 강남 찬바람 한강 넘어 강북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서울 주택시장에 한랭전선이 다가오고 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끊기면서 호가(부르는 값)가 수천만원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안 된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에다 ‘트럼프 충격’ 까지 겹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1·3 대책에 트럼프 충격도 겹쳐
앞으로 2년 120만 가구 입주 대기
“관망세 더욱 짙어질 것”

13일 본지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3일 이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등록된 아파트 실거래건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 4구 거래량이 25건에 그쳤다. 지난달 3~13일 거래(600여 건)의 4% 수준이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 4~7단지와 시영에서 거래된 아파트가 지난달 20가구였으나 이달 들어선 아직 ‘0건’이었다. 개포동 세방공인 전영준 사장은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달 말 이후 손님들이 발걸음을 끊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도 꺾이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한 주 새 0.11% 오르는데 그쳐 2주 전(0.15%)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 4구 집값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 평균 0.02% 내렸다. 주간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15억3000만원에 팔렸던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형은 현재 14억3000만원대 급매물이 나온다.

냉기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노원구 상계동을 비롯해 강북구, 도봉구 일대 주택 거래가 급감했다. 집값은 보합세다. 그동안 집값 상승폭이 컸던 데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만한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11·3 대책의 강한 규제 대상지역인 강남 4구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도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선 ‘청약 조정 대상지역’에 속한 지역 내 분양이 줄줄이 연기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중순께 시행될 1순위 자격 제한과 재당첨 제한 등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로 분양보증을 미루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와 잠실 올림픽아이파크 등이, 강북권에선 공덕 SK리더스 뷰 등이 다음달이나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이 때문에 이달 초 조사 당시만 해도 수도권 분양 예정물량이 2만4000여 가구였으나, 최근 1만8000여 가구로 줄어든 것으로 부동산인포는 파악했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다.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4년 51만 가구, 지난해는 76만 가구였다. 이 때 인·허가가 난 물량이 내년부터 시장에 쏟아진다. 내년과 2018년 각각 60만 가구씩 120만 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이는 평년보다 50%나 늘어난 규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주택보급률이 2014년 기준으로 103.5%까지 올라가 절대적인 주택 부족을 넘어선 상황에서 앞으로 2년에 걸쳐 120만 가구 정도 되는 공급량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도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을 높인다.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은 국내 경기를 더욱 불안하게 해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을 쉽게 떠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입주물량 증가와 트럼프 쇼크가 11·3 대책의 파급력을 더욱 증폭시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함승민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