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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에도 온 에이즈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의 첫 희생자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 사실은 우리를 두려움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현대의 흑사병」으로 일컬어지는 이 병마가 우리에게도 예외없이 공포의 실체로 엄습해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85년6월 주한미국인 1명이 AIDS환자로 판명돼 본국으로 송환된 이래 모두 4명의 내국인이 이 질병의 양성반응 환자인 것으로 공식 집계됐으며 이밖에도 연세대에서 밝혀낸 3명과 함께 모두 7명의 감염자가 있었는데 그중 1명이 처음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번의 첫 희생자는 케냐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AIDS에 감염돼 귀국한 경우이고 나머지 환자들도 외국인을 상대로한 직업여성이거나 동성연애자로 밝혀졌다. 국제적인 개방 확대와 성도덕의 문란이라는 현대의 추세 속에서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지금 온통 AIDS 공포에 휩싸여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세계 1백60여개국 중에 85개국에서 3만5천여명의 AIDS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이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심한 곳이 미국으로 전체 환자의 77%가 이곳에 몰려있다. 2만9천명의 환자가 발생한 미국의 경우 그중 4천명이 신생아이며, 감염됐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의 수는 1백50만 내지 4백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도 나오고 있다.
일본만 해도 이 병으로 13명이 죽고 21명이 앓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온통 AIDS때문에 패닉(공황)상태에 빠져들어가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태연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은 기지촌부근 접대부를 상대로 한 혈청검사를 한차례 실시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연세대에서 진단한 AIDS 양성반응 환자에 대해서는 공식집계에 조차 넣지 않고 있다.
AIDS는 일단 감염되면 현재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몇가지 약이 나오긴 했으나 환자의생명을 약간 연장시키는 효과 이외에 근치의 방법이 없다. 가장효과적인 대책은 예방인 것이다.
우선 모든 사람이 AIDS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도록 행정당국이 적극적인 계몽에 나서야한다. AIDS환자 개인에 대한정보는 물론 환자와의 접촉자, 증상, 검진을 받는 방법등을 널리 홍보하여 누구나 의심스러우면 손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미각국에서는 이미 TV· 라디오등 대중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금까지 금기로 돼있던 콘돔의 TV광고까지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AIDS를 하루속히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검진과 치료를 강제로 할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AIDS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고 2차감염 방지책으로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고 검사를 실시해서 신병을 격리시킬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병자체가 성도덕 문란이라는 수치스러움이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가 은폐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사회방위」라는 차원에서 AIDS대책의 법제화는 서두를 일이다.
세째는 AIDS감염의 또 다른 경로인 혈액제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 하겠다. 현재 수혈되는 혈액은 간염검사에 그치고 있는데, AIDS감염여부도 조사하는 체제와 장비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 각자가 건전하고 도덕적인 생활을함으로써 부도덕에 대한 천벌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자세가 선행돼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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