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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위 걷는 부동산 시행사…"대박 또는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을 계기로 부동산 시행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 뒤, 이젠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부동산 업계에선 흔히 ‘디벨로퍼(Developer)’라고 불린다. 부동산 상품 기획은 물론이고 자금 조달, 인·허가 등을 책임진다. 이 개발 과정에서 수익을 낸다.
업무 진행은 대개 이렇다. 우선 아파트 등을 지을 만한 빈 땅을 찾아 매입한 뒤 건설사에 시공을 제의한다. 시공사가 결정되면 건축 인·허가 절차를 밟고 분양에 들어가는 식이다.

시행사가 얻는 수익은 아파트의 경우 분양대금의 7~10% 정도다. 1000억원대 개발이면 한번에 70억~1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민간택지 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공공택지 내 단지보다 수익성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분양 리스크(위험)가 큰 오피스텔은 12~14%, 상가는 15~20%를 평균 개발수익으로 잡는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엘시티 사업처럼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을 용도 변경해 아파트를 건립할 경우 수익률은 확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크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으로 미분양이 생기면 수익률이 뚝 떨어지고 자칫 시행사가 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욕심 때문에 용도 변경이나 인·허가 과정 때 공무원에게 뇌물을 뿌리고, 회삿돈이나 분양대금을 횡령하는 비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시행사 대표는 건축허가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공무원 등에 거액의 돈을 건네 파문을 일으켰다. 일각에서 시행사를 두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한 건만 잘 터뜨리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지만, 실패하면 사기꾼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시행사는 1만 곳에 육박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몇 년째 한 건의 프로젝트도 따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법정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600여 곳이다. 대표주자로는 신영과 엠디엠(MDM), 피데스개발, 네오밸류 등이 꼽힌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돈을 주고 특혜를 받아 부가가치를 올리는 건 시행사가 아니라 브로커”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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