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계의 공동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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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9일 「건설공사제도의 개선 및 부실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적한 건설부조리 사례들은 예삿일이 아니다.
정부측에서 보면 치부라고 할만한 부조리 사레까지 공개한 것을 보면 이번에는 정부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무언가 보여주려는 것 같다.
우리 건설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부실과 부조리로 요약된다.
이 같은 과제를 안 풀고는 우리 건설업계가 성장과 발전의 걸음을 더 이상 내딛기 힘드는 상황이다.
그동안 건설 업계는 경제개발로 국내에 풍부한 일감과 해외건설 경기호조로 질·양 할 것 없이 성장의 족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부실이 누적되었으며 부조리가 횡행하여 업계는 성장을 제약당하고 침몰의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제도적이고 근본적인 수술이 절실해진 것이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손을 쓰기 시작, 부실업체를 정리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부조리까지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건설업계가 꼴사납게된 것은 정부·업계의 공동책임이다. 부실과 부조리의 책임은 업계에도 있으나 건설행정을 맡고 있는 정부에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조리를 없애고 부실을 정상으로 돌러놓는 일은 공동으로 해야한다.
먼저 부실 건설업체는 정리가 빠를수록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일부 부실업체의 정리에서 보듯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부담이 덜 된다.부실은 가속의 속성이 있으며 그 때문에 우리 경제의 부담가중은 이미 경험대로다.
부실과 표리관계인 부조리는 정부가 밝혀낸 유형 외에도 더 많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부조리의 사례를 많이 들추어내기는 했으나 더욱 노력을 경주하여 차제에 병인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정부주도 주요공사를 실시 설계전에 착공했다든지, 잦은 설계변경으로 낭비가 많았다든지, 공공공사의 60%이상이 수의계약이어서 부조리 가능성이 많았다든지, 무면허 건설업자들이 판을 친다는 등 정부가 발표한 부조리 사례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덤핑입찰, 불법하도급 정부공사를 둘러싼 불미한 사례 등 부조리는 일일이 예를 들기 힘들다.
건설은 하자 없는 완전주의가 생명이다 .건설업계의 부실과 부조리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낭비를 초래하게 되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인명의 안위와도 직결된다.
지난 82년부터 84년까지 서울·부산 등 6대 도시의 민간건축 3천6백18건중 76· 7%가 면허가 없어 다른 사람의 면허를 빌어 공사했다니 어이가 없다. 무면허공사인 것이다 .이런 부조리가 지금까지 가능하도록 방치해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뒤늦게나마 정부에서 각종 공사의 사업계획부터 시작하여 설계· 입찰·계약·하도급·감리·준공검사등각단계에 걸쳐 부조리의 요소를 제거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보완강치들이 빈틈없이 운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정부가 지나친 간섭을 함으로써 업계의 자율성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또 업계는 업계대로 스스로 부실 및 부조리해소에 나서 정상화의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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