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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영된 M-TV 미니시리즈 『불새』 융통성 돋보이는 새 형식의 드라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TV 드라머 사상 정규 편성된 MBC 미니시리즈 첫 편『불새』(최인호 원작·김한영 연출)가 지난주 시작됐다. 일일극과 단막극이라는 단조로운 이분법을 탈피한 편당 8회 미니시리즈는 극 내용을 융통성 있게 형식화, 극 속도와 밀도, 극 구성의 황금비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 기존의 드라머 영역에 신선한 형식미를 부여할 수 있게됐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장면이 거의 삭제된『불새』는 실명보다는 상징과 암시에, 대사보다는 영상과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는 빠르고 긴장된 화면을 만들어낸 연출도 돋보였지만 위악과 욕망속에 허덕이면서도 냉철함으로 무장된 주인공「영후」역을 맡은 유인촌은 섬세한 분장과 함께 퇴폐적이고 정열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반면 역시 지난주 시작된 KBS 제2TV 새 일일극『사모곡』(임충 극본·이란선 연출)은 극 전개에 필요한 포석단계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설정이 돋보였으나 초반부터 몇몇 문체점이 노출됐다. 무엇보다도 회생과 함께 양반과 천민의 신분이 뒤바뀐다는 스토리는 MBC-TV가 지난해 8월 방영해 절찬을 받았던 특집극『생인손』(한무숙 원작·박철수 연출)의 재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또한 만강의 양부모 막손 부부가 천륜을 어긴 데 대한 죄의식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 대신 뚜렷한 이유 없이 구박만 일삼는다거나, 뛰어넘어도 될 만큼 낮은 사립문이 잠겨있다는 사실하나로 만강이 밤새 밖에서 운다는 등 리얼리티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한편『불새』와『사모곡』은「드라머 윤리」에 있어서도 시각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불새』는 불륜·포커·뺑소니 사고·위장 자수·강제적 키스·폭력 감금 등 이른바「위험한 묘사」를 과감히 채택했으나 이는 극 완성도, 즉「욕망과 허무」라는 이중성을 지닌 사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동원한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적었으며 오히려 억압과 규제만을 능사로 했던 드라머 윤리를 긍정적으로 개방하는 용기로까지 보였다.
그러나『사모곡』은 10세 안팎의 소년들이『밥 먹고 난 후 또는 힘든 일을 한 후 피우는 맛은 일품』『총기가 없어진다는 어른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담배를 피우게 함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이는 극 완성도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부주의한 태도였다.<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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