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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쇼크’로 주택·해외건설 시장에 ‘비상등’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고려할 때 악재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 부동산 시장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꺾인 상황에서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올라 한 주 새 오름폭이 0.04%포인트 줄었다. 특히 강남권(한강 이남) 상승률은 0.08%로 전주 대비 0.07%포인트 둔화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공급과잉 우려와 단기 가격 급등, 부동산 규제 등에다 이번 트럼프 쇼크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오피스와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가 호황일 땐 월세와 임대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리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 감소→매출 감소→공실(빈 방) 증가→수익률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담 요소다. 건설 관련 연구원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늘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커진다”며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채무상환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 석유·셰일가스 등의 채굴과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미국이 석유 생산을 늘릴 경우 공급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이 경우 중동 등 산유국의 건설·토목공사 발주도 급감하므로 국내 건설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시장 진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등이 이란에 가한 경제제재 해제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 시장 진출을 진행해 온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망이 밝진 않지만 이란 발주처와 본계약을 맺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유가,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이 커질 수 있으나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는 국내 건설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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