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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생에 정신병약 먹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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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산=임시취재반】 폭행·강제노역등으로 원장등 6명이 구속된 부산 형제복지원이 수용자의 반항을 막고 강제노역에 동원하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극약류인 정신병치료약을 강제로 복용시킨 사실이 밝혀져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또 형제복지원은 성인수용시설인데도 국교·중학교를 다니던 6∼15세의 어린이 3백35명을 마구잡이로 납치,성인들과 함께 수용하며 강제노동·청소 등을 시켜온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원측이 수용자들에게 복용시킨 약물은 「클로로프로마진」이란 향 정신제로 의사의 처방없이는 투약할수 없는 극약으로 이를 복용한 많은 수용자들이 전신무력증·시각장애· 안면근육 마비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원측은 이밖에도 할로페리돌·퍼페나진·스테라진·아미트리스트린등 10여종을 대량구입해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으며 약물부작용 치료를위해 파킨슨씨병 치료제인 벤조트로핀을 대량구입, 원생들에게 복용시켜 왔다는것.
한편 보사부 관계자는 형제복지원은 성인수용시설이기 때문에 어린이는 함께 수용하지 말도록 거듭 부산시에 지시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약물 강제복용∥복지원측은 원생들을 강제로 납치하거나 복지원 안에서 반항할때마다「클로로프로마진」 최고 단위인 1백짜짜리를 강제로 먹여 근무력증에 빠지도록 했다.
조사결과 이약 제조원인 부산시거제동 M제약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형제복지원에 25만정(6백25만원어치)을 판것으로 밝혀졌다.
이약은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구입할수 없는 향 정신성 약품으로 복지원측은 부설정신요양원에 수용된 환자용 명목으로 사들인 후 정신질환자들에겐 사용하지않고 수용소원생들에게 투여해왔다는것.
탈출원생 이모씨(29· 경기도 화성군)는 강제수용과정에서 『집이 있는데 왜 수용되느냐』고 반항하자 복지원 직원들이 두손에 수갑을 채우고 발을 묶은뒤 이름모를 약을 강제로 먹였으며 그뒤 갑자기 어지럽고 잠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또 김모씨 (46· 대구시삼덕동) 는 83년9월 부산역 대합실에서 끌려가 반항하자 이약을 먹였으며 그뒤 귀가를요구할때마다 강제로 이약을 먹여 약물중독이 돼 4년째 이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약 복용이후 손발이 떨리고 요폐증까지 생겨 소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정.
◇클로로프로마진 부작용=중증의 정신질환자에게만 쓰는 수면·신경안정제로 부산시화명동 H약국 약사 이대운씨(42)는 부작용이 심해 일반적으로 사용치 않고 전문의료기관에서만 조심스레 쓰는 극약류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장기 복용할 경우 혈압이 낮아지고 혈압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백혈구 감소·손발이 떨리는 파킨슨씨 증후군·안면근육마비· 시각강애· 뇌분비이상·성불구등의 증상까지 나타난다고 말했다.
◇어린이 수용=현재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어린이는 6∼12세가 2백63명, 13∼15세가72명으로 모두 3백35명.
형제복지원은 성인수용시설로 인가됐으나 복지원측은 가출했거나 길을 잃은 어린이들을 성인들과 함께 마구 수용해왔다.
아동복지법에는 수용시설어린이도 취학을 의무화하고있으나 복지원측은 구내식당등에 형식적으로 부산개금국.교 형제분교를 차려놓고 하루 4∼6시간씩 형식적으로교육을 시키며 주로 청소·자활공장 물건운반 등 노역을 시켜왔다는 것.
형제원분교 서모교사(42)는 『어린이들이 한결같이 집과 부모를 그리워하고 성인수용자둘의 나쁜 것만 배워 정상교육이 불가능했다』며『서류상으로만 학년 배정이 돼있을 뿐』 이라고 했다.
허모군 (12)은부산시 감천국교 4학년이던 지난해 8월『울산의 외할머니집으로 가던중 부산역앞에서 복지원의 픽업차량에 강제로 태워져 끌려왔다』며 『엄마· 아빠가보고 싶다』 고 울먹였다.
◇임시 취재반▲사회부=이용우차장 임수홍· 허상천·금용일·금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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