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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1·제5채널에 눈독|언론·출판·건설재벌 인수 교섭|자금보다 대정부 로비가 판가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봄 새로 들어선 「시라크」수상의 프랑스 보수우익정부가 대규모 국영기업의 민영화정책을 실천에 옮기면서 유난히 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국영TV방송망을 누가 장악하느냐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생고뱅사의 주식매각이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그 뒤를 이어 최대의 국영금융그룹인 파리바사가 요즘 한창 민간투자가들의 손으로 분산돼 나가는 등 새 정부의 민영화작업은 과거 사회당의 국유화 조치 때와는 달리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있다.
이 대열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국영기업 가운데 3번 타자는 보험그룹인 AGF와 6개의 채널가운데 시청률이 단연 앞서고 역사 또한 가장 오래된 TF-1으로 손꼽힌다. 이 중 AGF는 앞의 선두주자들과 기업내용만 다를 뿐 영리위주라는 면에서 투자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을 뿐이나 TF-1은 프랑스 최대의 TV사라는 점에서 투자외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국영TV인 TF-l과 함께 사회당정부로부터 방송국 인가를 받았다가 「시라크」정부에 의해 취소된 제5채널을 새로운 민간기업에 넘기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가 최근 발족되면서 이들 TV사를 손에 넣기 위한 막후의 교섭이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간기업들 가운데는 프랑스 최대의 출판그룹인 아셰트사·르 피가로지 등 우익계 언론그룹의 총수인 「로베르·에르상」, 서열1위의 건설회사인 부이그사, 외국기업으로는 「제임즈· 골드스미드」경의 익스프레스출판그룹, 그리고 제5채널의 현 운영자인 이탈리아TV재벌「실비오·베를루스코니」와 그의 파트너인 샤르제르그룹회장「제롬·세이두」등이 헤아려지고 있다.
이 둘은 「개인 또는 단일기업이 민영화되는 업체를 독점할 수 없다」는 프랑스정부의 민영화 기본원칙에 따라 각기 파트너를 물고 들어가 공동인수채비를 차리고 있다.
프랑스 출판계를 지배해온 아셰트사는 TV매체로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 오래 전부터TF-1인수를 꿈꾸어 왔다.
아셰트사는 광고미디어그룹인 아바스사와 손을 잡고 TF-1인수에 선두주자로 나서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다음달에 민영화되는 국영기업인 아바스사는 이와 별도로 파리바금융그룹·CLT기업 등과 어울려 제5채널 인수까지도 목표로 내세운바 있다. 여기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르 피가로지 발행인「에르상」. 그는 최근까지 TF-1쪽에 눈길을 주어왔으나 이를 경합자인 아셰트그룹과 아바스사측에 양보하는 대신 채널5공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TF-1운영에 간여하기를 갈망해온 건설그룹 부이그는 현재까지 알려진 아셰트의 최대난걱. 비록 다른 산업분야이기는 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재벌그룹간의 TV쟁탈전은 민영화과정의 으뜸가는 낙수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채널5쪽으로는 익스프레스 출판그룹 현 경영자인「베를루스코니」-「세이두」팀이「에르상」과 맞서있는 형국.
TF-1이든 제5채널이든 TV방송사들이 민간기업에 넘어가기까지에는 앞서의 생고뱅·파리바사처럼 단순히 투자자들의 자금력만 가지고는 가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새 정부에 어느 정도 각한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의 로비능력에 좌우되리라는 이야기다. TV방송망은 프랑스의 경우도 예외없이 정국의 흐름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주므로 명분은 「민영화」로 내세웠지만 그 운영권을 누구에게 주느냐하는 문제는 역시 정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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