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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학습」강좌 믿을만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들어 「1년분의 학과를 단15일에」「무엇이든 5분간에 1백개기억」등의 「주능력 학습법」을 선전하는 광고가 요란해지면서 이같은 강좌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신비의 기억법」「슈퍼 러닝」「마인드 컨트롤」등을 강의하는 각종 단체가 수강생 모집을 위해여는 「맛보이기 강좌」(공개 강좌)에는 학생을 이끌고 나온 학부모들까지 자주 눈에 띄어 「쉽고 빠르게」 공부하고 공부시키려는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를 실감있게 보여주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 한국정신교육원(서울 종로)이 개최한 무료강좌에 참석한 3백여명중 80%가 중·고생이었으며 이들의 5분의1정도는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한국두뇌개발연구원·국민정신교육원·한국슈퍼러닝연구회등이 내놓은 일련의 기억력 증진 학습법들은 방법에 차이는 있으나 단기간(30∼1백80시간)내에 놀랄만한 효과를 얻을있다는 공통된 주장을 담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데리고 공개강좌에 참석한 현직 중학교교사 김현옥씨(초·서울서대문구 대현동)는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형편없어 답답한 김에 데리고 나왔다』면서 『공개강좌만 듣고는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인드 컨트롤이니 초능력개발등은 80년대초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했으나 이러한것이 학습과 연결돼 특히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
현재 서울시내에만도 기억력 증진법을 가르치는 단체들이 대충 10여군데에 이르고 있으나 사설강습소나 가정내에서 가르치는 곳도 많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는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강좌들은 대충 세가지로 대별된다.
마인드 컨트롤은 『실체를 그대로 볼수 있는 내부의식차원에 놓이게하고 정신집중 상태를 유지시켜 공부하게하면 평소보다 5∼10배의 효과를 얻게 된다는것』이다 (국민정신교육원 오병호원장).
이에비해 슈퍼러닝은 의식을 무의식까지 확대하면서 신체수축·이완작업 반복,호흡및 자세조절, 눈·귀의 집중훈련을 통해 오감을 예리하게 각성시킨후 공부하게 함으로써 『1년분의 학과를 15일간에 마스터할 수 있다』는 것(한국슈퍼러닝연구회 박무직회장) .
신비의 기억법은 『글자로 되어있는 학습내용을 영화를 보듯 형태로 연상케하는 훈련등을 통해 눈으로 본것을 쓰고 읽는 과정없이 그대로 암기되도록 한다』는 것 (대한두뇌개발연구원 이강백원장).
이들 학습법을 배운 학생들의 의견은『효과를 크게 봤다』에서 『시간과돈만 허비했다』 에 이르기까지 분분하다 (수강료는6만∼10만원선) .
이에 대해 최신해박사(청량리정신법원원장)와 이근후교수 (이대신경정신과)는『의식조절을 통한 정신통일로 기억력을 증진하는 행위는 엄연히 『의료법위반행의』라고 지적한다.
최박사는 『이 방법이 잠깐 기억의 기명력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나 기억을 유지·재생시키는 파지력·재생력을 길러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또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쉽게, 요령껏 인생을산다』는 의식을 심어줘 전인교육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정신조절법은 사람에따라 적용해야할 때가 있고 해서는 안될 때가 있으니 아무나 이에 손을 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몇십년간의 총화인 멘틀 세트를 단기간에 바꾸겠다는 행위는 도박과같고 잘못하면 학생들에게 심한 좌절감과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이시형박사(고려병원 신경정신과)는 『최근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쓸리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상당기간 연구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이를 가르쳐야 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을 컨트롤하는 전문기구의 발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들 단체의 일부는 문공부나 문교부에 사단법인체로 등록은 돼있으나 그 교육내용과 목적사업에 대한 감독은 전혀 부실한 상태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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