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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자리 뺏기자 사찰 문화재 635점 훔친 승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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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남 통영시에 있는 사찰 ‘안정사’의 주지였던 김모(60)씨는 2013년 종단과의 갈등으로 주지 자격을 박탈당했다. 종단에서는 김씨를 대신할 이를 보냈다. 김씨는 이를 거부했고 종단과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5월 종단의 손을 들어 줬다. 앙심을 품은 김씨는 주지로 일할 때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이 사찰 철제 금고에 보관된 문화재를 훔쳤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달 김씨를 검거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신라시대에 사용된 산림감시원 신분증인 금송패(경상남도 지정문화재 제284호) 3점 등을 포함해 모두 635점의 문화재가 나왔다.

경찰, 전국 도난 문화재 4542점 회수
『동의보감』 초간본 등 국보급도
장물 알고도 사들인 박물관장 입건

도굴꾼·장물아비 등이 빼돌린 문화재를 경찰이 찾아냈다.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문화재 절도 등 문화유산 관련 범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총 4542점의 문화재를 회수했다고 8일 밝혔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48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문화재 은닉·장물 취득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문화재 훼손(4명), 도굴·절도(3명)가 그 뒤를 이었다. 송원영 경찰청 공공범죄수사계장은 “1985년 이후에 도난된 문화재의 82.7%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게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근 회수한 통영 안정사의 조선 후기 불화 ‘삼불회도’.

경찰이 최근 회수한 통영 안정사의 조선 후기 불화 ‘삼불회도’.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문화재를 찾아내기도 했다. 71년 충남 부여 무량사에서 5층석탑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금동아미타여래좌상(충남 유형문화재 100호)이 대표적이다. 89년 무량사에 숨어 들어온 절도범이 스님들을 위협한 뒤 이를 훔쳐갔다. 같은 해 12월 범인은 잡혔지만 이미 불상은 장물업자에게 팔아버린 뒤였다. 경찰은 이 불상이 대형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추적한 끝에 27년 만에 찾아냈다. 경찰은 발견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문화유산 전담 수사관’인 대전 둔산서 남정우 경감은 “장물인 문화재를 갖고 있어도 모르고 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 소장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협의가 잘 됐다”고 말했다.

장물임을 명확히 알고서도 문화재를 거래한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사립 박물관장인 권모(74)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남 고성의 옥천사에서 91~99년 사이 도난당한 ‘삼장보살도’ 등 문화재 15점을 장물인 줄 알면서도 1500만원에 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찰서 지능수사팀 공평진 경사는 “문화재 보전처리 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삼장보살도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도난 문화재 도록과 대조해 추적한 끝에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걸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명나라 법률서 『대명률』.

중국 명나라 법률서 『대명률』.

회수한 문화재 중에는 국보급 문화재도 있었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사립 박물관장 김모(67)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 초간본, 중국 명나라 법률서 『대명률』 등이 회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라진 문화재는 해외 반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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