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맹한 환율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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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파상적 경제공세가 가열되고 있는 현상은 심히 우려할만 하다. 의회·행정부·업계는 물론 노조까지 가세하여 보호와 규제, 위협과 개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입법화 또는 제도화를 논의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의문의여지없이 스스로의 실패와 약점을 외국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은연중 합의된 시도의 표현이라 볼수밖에 없다.
이같은 미국의 시도는 세계경제의 제반 환겅이나 미국 자체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성공보다 실패로 귀결되거나, 설사 그들의 부분걱 목표가 달성된다 해도 곧 이어 더 많은 부작용과 파란을 잇달아불러 올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세계경제와 미국경제의 동시에 긴요한 과제는 시급한 통화체제의 안정이지 통화전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는 방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미국 정제로서는 동전의 안팎일뿐 결코 통화나 무역전쟁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에는 대내요인 말고도 외국파의 지나친 부균형이나 일부 선진공업국들의 이기주의가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 그점에서는 미일 통화분쟁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통화로써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할뿐 아니라 이미 지난 18개월간의 실험에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미국 의회가 새로운 환율조정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같은 실패한 실험의 반복이 될뿐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무위의 실험이 개도국들에까지 확산될 경우 세계무역확대와 통화안정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 결과는 세계무역의 축소, 불균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경쟁력의 열세와 낮은 생산성을 인위적 통화분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할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만약 미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방만한 재정운영과 과소비, 전업의 비핵율을 은폐한채 대외적 완력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한다면, 그들은 그들의 모든 입초국들에 대해 달러를 절하토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과연 스스로 출초국이 되었을때 상대국의 통화협상에 응할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세계무역의 안정과 발전이며 이는 국제통화의 안정과 균형이라는 토대를 절대걱으로 전제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벌여왔고 앞으로 더 확산시키려는 통화분쟁은 결코 현안문제의 해결 방안이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그에 역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먼저 합의해야 할 초점은 일본·서독등 거대 대미출초국들의 경기진작과 수입확대, 그리고 스스로의 산업효율화와 재정·소비절제임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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