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홍콩…초선의원 선서 거부 파문이 제2의 우산혁명 확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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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심상치 않다. 중국 당국이 홍콩 독립파 입법의원(국회의원에 해당)의 자격을 박탈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공표하자 이에 반발하는 홍콩 시민들은 2014년 '우산혁명 운동'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6일 홍콩 도심에선 1만3000명의 시위 군중들이 우산을 펼쳐 경찰의 최루액 분사를 막는 장면이 재연됐다. 그러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7일 홍콩 독립파 인사들의 공직 취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홍콩기본법 104조 해석' 결의안을 찬성 154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2일의 입법회 개원식 선서 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콩 독립을 지향하는 정당인 '청년신정(靑年新政)'소속의 초선의원인 바지오 렁(梁頌恒)과 야우와이칭(游蕙禎·여)은 법률에 정해진 선서문 낭독을 거부했다. 홍콩기본법 제104조에는 "행정장관, 주요 관리, 행정회의 구성원, 입법회 의원, 법관 등은 임용될 때 중화인민공화국 홍콩기본법을 수호하고 중국의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하겠다는 선서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두 의원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한다'는 부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란 단어를 고의적으로 다른 단어로 바꿔 읽고 선서 문안에는 없는 '홍콩의 가치를 지킨다'는 문장을 덧붙여 넣었다. 이들은 또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고 씌어진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자 입법회 주석(의장)은 법률에 정해진 대로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선서를 하기 전까지 이들의 취임은 보류된다고 선언했다. 홍콩 정부는 두 사람이 선서 거부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라며 홍콩 법원에 제소했다.

홍콩 내부의 문제로 취급되던 파문이 확대된 것은 지난 5일 전인대가 이들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국가 분열 행위"라며 퇴출 방침을 밝힌 직후부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시민과 학생들은 6일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홍콩 연락사무실 청사 앞에 집결해 "홍콩의 사법 독립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다. 홍콩 법원에서 결정할 일을 중국 당국이 나서지 말라는 의미였다.

전인대는 강경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7일 '홍콩기본법 104조에 대한 해석'이란 명칭의 결의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전인대는 이 조항에 대해 ^선서를 거부하면 공직 임용 자격이 상실되고 ^선서가 무효로 판명될 경우 재선서의 기회도 갖지 못한다는 내용의 해석 규정을 추가했다. 중국 법률에 따르면 전인대의 법률 해석은 홍콩 법원의 판결보다 우선한다. 또 홍콩 법원의 판결에 앞서 미리 지침을 내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리페이(李飛) 전인대 부비서장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홍콩 독립을 선동한 것은 입법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케 한 것은 물론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행위이자 국가와 민족을 모욕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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