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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측근 심어 프로스포츠협회 장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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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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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55·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체육계 곳곳에 자신의 측근을 심어 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체육 단체 사유화 의혹의 진원지는 지난해 김 전 차관이 주도해 만든 ‘프로스포츠협회’다. 국내 5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골프) 마케팅을 통합해 동반 성장을 이끈다는 취지로 출범한 이 단체는 15명 안팎의 직원이 1011억원(올해 기준)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했다.

직원 15명에 연예산 1011억 단체
제자·동문 등 임직원으로 채용
“차관님 지시대로 운영” 증언 나와
김종 “최순실·장시호 몰라” 반박

이 단체는 창립 당시부터 ‘김종 사단의 집합체’라는 의심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이 한양대 교수 시절 가르친 제자 여러 명이 직원으로 채용돼 활동 중이다. 이사회에도 김 전 차관의 동문이거나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 단체는 ‘문체부 하청업체’처럼 운영돼 왔다. 프로스포츠협회 창립 초기에 몸담은 A씨는 “자율적인 업무 결정권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문체부 관계자가 사무실에 방문해 던져주는 일감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했다”며 “프로구단 관계자들과 몇 달 동안 함께 머리를 맞대 만든 기획안을 문체부 관계자가 쓱 훑어본 뒤 그 자리에서 곧바로 폐기한 경우도 있었다. ‘(차관님) 지시사항’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무조건 1순위였다”고 말했다.

사업 내역 또한 비효율투성이다. 협회는 올해 ‘테러 방지를 위해 프로스포츠 경기장 출입구마다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겠다’며 1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논란 끝에 집행을 보류했다. 추가 비용(인건비·유지비)에 대한 고려 없이 밀어붙이려다 프로구단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A씨는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시행착오와 예산 낭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올해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선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이사장과 조 사무총장은 각각 김 전 차관의 뉴멕시코대 대학원 동문과 한양대 선배다.

김 전 차관이 체육계 전반에 대한 지배권 확보에 힘 쏟은 건 최순실씨의 이권 사업을 돕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김 전 차관은 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금 모금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국가대표 발탁을 위해 대한승마협회를 압박한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체육계 한 인사는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와 최씨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와 긴밀히 협의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체육계 사유화의 최종 목적이 최씨 이권 극대화로 이어지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 전 차관, “나는 결백”=김 전 차관은 6일 전화 통화에서 “최순실도 장시호도 전혀 모른다”며 “내가 그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라는 증거부터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스포츠재단, 더블루K 설립을 도왔다는데.
“단언컨대 최순실을 위해 사용한 정부 체육 예산은 한 푼도 없다. 두 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바도 없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시공사로 대통령으로부터 누슬리라는 업체를 추천받았나.
“2월에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누슬리에 대해)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은 게 전부다.”
최순실씨를 정말 모르나.
“모른다. 나와 최순실을 어떻게든 엮기 위해 억측이나 주장, 거짓 증언이 난무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가 두 사람과 접촉한 증거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장시호씨가 당신을 ‘판다 아저씨’로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장시호와 나를 엮는 것도 다 소설이다. 언론에서 내가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장시호를 만났다고 하던데, 그런 곳에 간 적이 없다.”

송지훈·조진형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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