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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차은택이 광고사 빼앗으려 할 때 안종범도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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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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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수석이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4일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최순실(60·구속)씨에 이어 두 번째다. 안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5일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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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직권남용)와 강요미수 두 가지다. 이 중 강요미수는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47·CF 감독)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빼앗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 안 전 수석이 개입한 단서가 확보되면서 적용이 가능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의 측근 중 해당 광고회사(포레코)를 인수하기로 한 중소 광고업체를 압박해 차씨에게 지분을 넘기도록 강요한 사람이 여러 명인데, 이 과정에 안 전 수석도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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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랬다. 차씨는 2014~2015년 포레카를 인수하기 위해 측근들을 이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중소 광고업체 컴투게더&컴투게더PRK(컴투게더)를 압박했다고 한다. 컴투게더 관계자는 최근 최씨 사건이 불거지자 “차씨가 전년도 실적 등 인수전 참가 조건이 미달되자 우리 회사 지분을 넘봤다”고 폭로했다. 결과적으론 지난해 6월 11일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서 차씨의 강탈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실제로 인수전 막판인 같은 해 6월 3일 포레카 대표였던 김영수(46)씨가 컴투게더 측에 “(안종범) 경제수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한 녹취록 등이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컴투게더에 발주했던 1억원대 ‘금융개혁 광고’가 그해 12월 시사회까지 마친 상황에서 안 전 수석의 반대로 돌연 취소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차씨에게 압력 받았던 중소업체
안씨가 정부 광고 못받게 한 의혹
미르·K스포츠 모금 때 직권남용
이승철 “자발적 모금 진술하라며
안씨가 10일간 100통 넘게 전화”

컴투게더를 압박한 또 다른 인물로 차씨의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거론된다. 송씨는 이미 포레카가 컴투게더에 넘어간 시점에 컴투게더 측에 “(포레카의)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회사에 대해 세무 조사를 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거란 얘기가 나온다”고 협박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는 검찰이 지난 2일 최씨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범죄 사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최씨를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 관계’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삼성·현대차·SK 등의 기업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기금 774억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에 70억여원을 추가로 출연하도록 요구한 행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만들 때 최씨의 개인 회사인 더블루K가 에이전시 업무를 맡도록 한 행위 등도 직권남용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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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지난달 28일 소환한 이승철(57)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안 전 수석이 10일 동안 100통 넘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금을 자발적으로 했다’고 진술하도록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회유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김선미·서준석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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