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속으로] 저혈당 식단이 노화 막아…고단백 연어·잎채소·베리류 먹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항노화 권위자, 미국 페리콘 박사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

『주름과의 전쟁』 등 200만부 넘게 팔려
좋다고 언급한 아사이베리 등 불티
혈당 높이지 않는 탄수화물 식품
고구마·통밀 등 골라 먹어야
한국 매운 음식 노화 방지에 좋아
염증 낮춰주고 신진대사 촉진시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 말이다. 2000년도 더 지나 이 말을 다시 회자시키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피부의 잔주름을 없애고 우리 몸의 노화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 피부과 전문의 니컬러스 페리콘(69·미시간주립대 교수) 박사다. 2000년 발간한 그의 첫 책 『주름과의 전쟁(The Wrinkle Cure)』과 2년 후 내놓은 『페리콘 처방전 (Perricone Prescription)』에서 그는 “약이나 성형수술 없이 젊게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폈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다. 두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200만 부 넘게 팔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04년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고, 방송에서 그가 노화 방지에 좋다고 언급한 아사이베리 등 열 가지 수퍼푸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가 1997년 처음 내놓은 화장품과 영양보충제 역시 이 해에 매출 5000만 달러(약 572억원)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의 패션·뷰티편집매장 분더샵에서 페리콘 박사를 직접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페리콘 MD’ 신제품 론칭에 맞춰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69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잔주름이 없고 피부 결도 고왔다.

추천 기사

기사 이미지

지난달 25일 페리콘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2000년 『주름과의 전쟁』 『페리콘 처방전』 등 “성형 없이 식단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그의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책과 강연 등에서 강조하는 ‘페리콘 처방전’의 주된 내용이 뭔가.
“항염증 식단과 식단만으로 부족한 걸 채우는 치료 목적의 스킨케어, 그리고 영양보충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3단계 접근법이다. 특별한 처방이라기보다는 노화 방지를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에 가깝다.”
항염증 식단이라니, 생소하다.
“노화 방지의 핵심은 염증 관리다. 염증이 주요 질병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심장병·당뇨병을 비롯해 피부병까지 주요 질병을 유발하는 근원이라고 보면 된다. 평소 염증을 유발하는 안 좋은 식품을 먹으면 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그러니 평소 이를 막아주는 단백질과 잎채소, 베리류 중심의 항염증 식단을 먹자는 것이다.”
질병과 노화 방지는 다른 개념 아닌가.
“노화 방지를 단순히 늙지 않게 만든다는 것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젊을 때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 병에 걸린 채로 오래 사는 건 의미 없지 않은가. 피부는 내 몸 건강 상태를 겉으로 드러내주는 인디케이터(표시장치)로 보면 된다. 몸이 건강하면 피부도 팽팽하고 건강하다. 병에 걸리면 피부에서부터 표시가 난다.”
기사 이미지

※페리콘 박사는 『주름과의 전쟁』에서 건강식만으로 성형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 보톡스 등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검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페리콘 박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논란에 대해 여러 차례 물었으나 식단의 중요성을 재차 반복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항염증 식단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당을 줄여 혈당을 낮추는 게 기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혈당 식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기본은 고단백 식품이다. 생선, 조개, 두부의 단백질로 그 중 연어를 특히 추천하고 싶다. 오메가3가 풍부해 세포를 회복·재생시키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여기에 잎채소로 만든 그린 샐러드에 비타민C가 풍부한 레몬즙을 드레싱으로 뿌려 먹는다. 디저트로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베리(열매)류와 당분이 적은 과일을 권장한다.”
기사 이미지
식단에 탄수화물이 없다.
“맞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게 이 식단의 특징이다. 빵이나 파스타 등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른 시간에 폭발적으로 올린다. 염증을 유발하는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한국에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인기다. 탄수화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혈당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역시 지방 섭취량을 늘리고 당분을 최대한 섭취하지 말자는 거다. 다만 항염증 식단은 단백질 중심이라는 게 다르다. 코코넛 같은 좋은 지방은 섭취하길 권하지만 너무 많은 지방을 섭취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한국 방문 이유가 화장품 론칭이다. 당신 주장대로라면 화학적인 코스메슈티컬 화장품보다 유기농 화장품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유기농 화장품이 좋다. 음식 섭취의 원리와 똑같다. 신선한 로컬 푸드를 먹는 게 몸에 좋은 것처럼 자연 성분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몸에 나쁠 리 없다. 하지만 내가 제안하는 화장품은 치료 목적으로 노화 방지에 좋은 비타민C 같은 성분을 피부에 최대한 잘 흡수시킬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과학적으로 유효성분을 피부에 흡수시키는 화장품도 유기농만큼이나 좋다.”
피부가 좋아 기껏해야 50대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화장품 때문인가.
“화장품은 보조수단이다. 다시 말하지만 핵심은 염증을 낮춰주는 식단이다. 늘 항염증 식단을 지키며 산다. 심한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담배는 피우지 않고, 와인조차 자주 마시지 않는다. 매일 적절한 수준의 운동은 기본이고 잠도 충분히 잔다. 또 몸이 쉴 수 있도록 매일 30분씩 명상 시간을 갖는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습관을 지키는 게 건강과 노화 방지에 가장 중요하다. 말하긴 쉬워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적당한 운동과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운동은 하루 30분 정도면 적당하다. 요즘 사람들이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1시간 이상 연속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돼 오히려 노화를 촉진시킨다. 숙면을 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시간으로 보면 하루 7~8시간이 좋다. 참, 항염증 식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숙면을 돕는다.”
노화 방지를 위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난 글루텐(밀이나 보리에 함유된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빵이나 파스타면, 쿠키 같은 건데 글루텐이 염증을 발생시키고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노화가 촉진된다.”
한국에선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다. 괜찮을까.
“매운 음식은 노화 방지에 매우 좋다. 염증을 낮춰주고 체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준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