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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과 소화기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췌장은 음식물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단백질 분해 효소들은 주로 췌장내에서 만들어진 후 저장되어 있다가 음식을 먹으면 활성화되어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알콜을 급격히 대량 마시거나 장기간 과음하면 췌장의 분비기능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결과가 된다. 즉 췌장내에 저장되어있는 효소들을 알콜이 불필요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효소들은 췌장내의 단백질, 즉 세포들을 소화시키게 된다. 췌장이 자기가 만든 효소에 의하여 스스로 파괴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급격한 과음후에 급성췌장염이 일어나 췌장이 붓고 괴사가 초래된다. 계속 과음을 하면 췌장의 정상구조가 많이 파괴되고 섬유질이 들어차 굳어지고 위축되는 만성췌잠염이 생길수있다.
일반적으로 췌장염의 원인은 담석증과 알콜이 가장 흔하지만 최근에는 알콜에 의한 쪽이 증가하고 있다.
급성 췌장염의 특징적인 증상은 복통이다. 과음후 상복부에 급격히 심한 통증이생기고 등으로 뻗치기도 한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고 손으로 배를 감싼채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게된다. 구토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췌장이 자가분해되어 복강내로 혈액과 삼출액이 흘러나와 고이고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으로 움직이거나 배를 만질 수도 없을 정도며 심한 경우 쇼크에 빠져 탈진하여 사망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췌장염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아 과음후 위염이나 가슴앓이 정도로 쉽게 지나치는 경우도적지 않다. 합병증으로 췌장에 남종이 생겨 윗배에 혹처럼 만져지기도 하며 늑막에 물이 고이는 수도 있다. 췌장염을 앓은후 과음을계속하면 재발가능성이 높고 만성으로 이행되는 수도 있다.
만성췌장염 때에도 복통이 주증상이다. 명치부위 깊숙이 견디기 힘든 통증이 3∼5일 정도 지속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 진행되면 췌장의 세포가 많이 파괴되므로 정상적으로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아 당뇨병이 생기는 수도 있다. 서동진 (고대의대 교수·소화기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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