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무장, 한국이 판단할 문제지만 꼭 그래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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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정보 당국자들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이나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방미 중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의원들 만난 CIA 등 미 정보당국자
“한국 북핵 위기감 이해는 하지만…”
북핵·미사일 능력엔 심각하다 표현
미 언론 “북 무수단 3일 내 발사 준비”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두 의원은 이날 중앙정보국(CIA)·국가정보국(ODNI) 당국자들을 면담한 내용을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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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왼쪽)은 2일(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원유철 의원실]

두 의원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정보 당국자들은 “한국인이 느끼는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꼭 그 방법이 최선인가, 그래야 하는가”라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주장해 온 원 의원이 한국에서 북핵을 놓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하자 이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이 중 “한국이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놓곤 미국 정부의 공식 발언보다 핵무장에 대한 반대 수위가 낮아 여러 해석을 낳았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국장은 지난달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 추진은 미국의 이익에도, 한국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반면 원 의원은 “(미 정보 당국) 실무자의 말인데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할 문제이지만 자기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판단할 문제”는 정책 당국과 정보 당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자체 핵 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뜻하는데 미국이 NPT 탈퇴로 인한 국제사회의 한국 제재를 면하게 해 주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면담 자리에 배석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발언의 속내는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후자에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한국이 (핵무장)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이 결정해서 하라’는 그런 측면은 아닌 듯하다”고 설명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오는 8일 미국 대선과 내년 1월 차기 대통령 이·취임식 등을 전후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원 의원은 “북한이 과거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생일과 노동당 창건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에 도발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의원은 “과거 핵실험은 어떤 패턴이 있었다면 이젠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미국 대선이나 이·취임식 때 (꼭 벌어진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놓고) 당국자들과의 대화에서 심각하다는 표현이 나왔다”며 “이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듯하지만 (국제사회가) 계속 방치하는 사이 (북한이) 고치기를 반복하면 몇 년 뒤 심각한 수준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날 북한이 1∼3일 이내에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지는 이들 관계자들이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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