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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금리정책의 신축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해 성과가 워낙 좋아서인지 정부관리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새해 경제를 대체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민간기업들도 올해에는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낙관적 분위기나 새로운 의욕은 경제활동에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될것이 분명하다.
다만 우리가 늘 얘기하듯이 우리경제가 아직도 여물지 않은채 상처받기 쉬운점, 지난해의 성과가 구조적으로 뿌리내리기에는 더 많은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경험을 특히 염두에 두도록 권하고 싶다.
지난해의 성과가 고율성장과 안정의 동시실현으로 요약된다면 올해의 경제과제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민간의 효율높고 생산적인 투자는 올해도 계속 고무되고 보장되어야하며, 한편으로는 비생산·비효율을 더욱 줄여가는 안정화시책도 더욱 필요하다는 뜻이다.
민간투자를 고무하고 새로운 산업혁신을 지속하는 일은 길게 보아 산업고도화를 위한 구조개혁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지난해 연말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설비부족이나 공급능력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물론 우리는 일시의 호항을 과대평가한 분별없는 투자나 중복·과잉투자를 경계해야한다.
부실이나 사양산업의 비효율까지 은폐되는 일도 결코 없어야한다.
이같은 투자의 선별과 효율을 위해서는 특히 통화신용정책의 신축성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진다. 올해의 경제여건들로 미루어 통화측면에서의 교란요인은 너무도 많다. 재정에서,해외부문에서, 그리고경제 바깥쪽에서까지 안정적 통화관리를 어렵게 만들 소지가 적지 않다.
통화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으면 언제나 그 주름은 건실한 민간기업과 생산적 투자쪽으로 부담을 지우게 마련이다.
더구나 올해는 원임의 절상이 어떤 형태로든 진전될 전망임에 비추어 투자환경의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 내놓은 경제전망에서도 이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음은 주목된다.
원화의 절상압력은 최소한으로 반영하되 그동안, 경직화된 금리정책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에 놓여있다.
전경련의 정책건의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한결같이 통화관리의 신축성과 금리정책의 탄력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환율과 통화의 관계가 미묘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투자율을 앞선 저축의 기반을 보존하면서도 생산적 투자를 선별지원할수 있는 신축적인 금리·신용정책이 긴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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